발사·설비 컴퓨터 간 통신 이상… 이르면 오늘 오후 재도전

입력 2023-05-25 04:08
24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전남 고흥군 동일면 봉남등대를 찾은 가족이 아쉬운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24분으로 예정됐던 누리호의 3차 발사는 기술적 문제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실전 데뷔’가 미뤄졌다. 8개의 위성을 싣고 우주로 올라가기 3시간여를 앞두고 기술적 문제가 확인되면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연기됐다. 다만 누리호 내부 기계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문제로 추정돼 누리호를 세워놓은 상태로 점검·보완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발사 당국은 이르면 25일 저녁 발사 카운트다운을 다시 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4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후 3시쯤 누리호의 저온 헬륨 공급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컴퓨터 사이에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오후 6시24분으로 예정했던 누리호 3차 발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앞서 1~3단 조립과 인공위성 탑재를 마무리하고 23일 발사대로 이송, 기립한 뒤 발사체에 전원과 추진제(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 엄빌리컬(umbilical·탯줄)을 체결했다. 이후 발사시각을 이날 오후 6시24분으로 확정하고 최종 점검을 진행해 왔다.

항우연은 극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밸브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발사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제어 컴퓨터 간에 통신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밸브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밸브의 수동 작동은 가능하지만 시스템으로 자동 작동할 경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누리호에 추진제를 공급하기 위한 냉각작업을 시작하기 직전 발견돼 추진제 충전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발사체 내부 하드웨어 이상이 아니라 지상장비 통신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 2차 발사 당시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라면서 “원인을 24일 중으로 파악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다 해결되고 25일 준비가 완료되면 25일 저녁 다시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25일 오전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상황을 종합 검토한 후 발사 일정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우연은 24일 발사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25~31일을 예비 발사 기간으로 설정해놨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도 기상 상황은 양호할 전망이며, 풍속도 초속 2~5m로 누리호 발사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발사 연기는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흔한 일이다. 미국 등 우주 선진국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때도 애초 발사 예정일은 6월 15일이었으나 그 하루 전인 14일 강풍이 불면서 연기됐다. 이후 산화제 탱크의 레벨 센서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발사 절차가 중단돼 누리호는 조립동으로 되돌아갔다. 누리호 2차 발사는 두 차례 연기 끝에 6월 21일 이뤄졌지만 결국 성공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