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준비는 24일 오후 2시, 최종 발사시각을 확정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웠다. 잔잔한 바람이 부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의 기상 상황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발사 3시간여를 앞두고 예기치 못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나로우주센터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누리호는 우주를 향해 선 채로 다시 긴 밤을 보내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전날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을 빠져 나와 1시간가량을 이동해 발사대로 옮겨졌다. 이후 발사대 기립, 전원과 추진제(연료·산화제) 등을 충전하기 위한 엄빌리컬(umbilical·탯줄) 타워 연결, 추진제가 새어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밀점검 등을 차례로 통과했다.
발사를 6시간 남겨둔 이날 낮 12시24분, 누리호의 발사 운용 절차가 시작됐다. 오후 1시부터는 추진공급계를 점검하고 상온 헬륨 공급도 진행됐다. 최종 변수는 발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층풍과 낙뢰 등 기상 조건이었다. 고층풍이 초속 21m 이상으로 거세게 불면 누리호가 대기권을 비행할 때 예상치 못한 압력을 받아 손상될 수 있다. 낙뢰 역시 전기적 손상을 유발해 통신 방해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의 평균 풍속은 초속 2~4m로 지난 1·2차 발사보다 약한 수준이었다. 하늘에 일부 구름이 드리웠지만 강수확률 30% 미만에 낙뢰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모든 발사 준비상황과 주변 환경여건 등을 고려해 예정대로 오후 6시24분 정각 발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남은 절차는 오후 3시40분부터 시작되는 추진제 충전 절차였다. 애초 누리호는 5시10분 연료 충전, 5시30분 산화제 충전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발사시각을 확정한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 결국 오후 3시30분쯤 다시 소집된 발사관리위원회는 3차 발사를 전격 취소했다.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발사체 자체가 아닌 발사대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누리호를 기립한 상태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발사 날짜가 달라지더라도 발사 시간 기준은 오후 6시24분으로 유지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여명·황혼궤도’(자전하는 지구를 남북으로 돌면서 태양빛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궤도)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겨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꼼꼼히 챙겨보겠다. 긍정적인,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고흥=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