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고위급 회의 한국서 첫 개최… 해양차단훈련도 실시

입력 2023-05-25 04:02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지난 4월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앞 함정부터 순서대로 율곡이이함 - 벤폴드함 - 아타고함. 해군본부 제공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인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가 제주도에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PSI 고위급 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오는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국·미국·일본·호주가 참가하는 PSI 연례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Eastern Endeavor) 23’을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이번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 관련 물자의 불법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협력체다. 현재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5년마다 고위급 회의를 개최해 활동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PSI 고위급 회의에는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을 비롯해 70여개국 대표단이 참가한다. 정부는 PSI 비참여국인 중국에도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올해 초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고위급 회의 일정 중에 PSI 해양차단훈련이 개최되는 것도 처음이다. 각국 대표단은 우리 해군 마라도함에 승선해 회의 둘째 날인 오는 31일 실시되는 이번 훈련을 직접 참관할 예정이다.

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마라도함·왕건함·대청함과 해경 함정 5002함을 포함해 미국 밀리우스함·일본 하마기리함·호주 안작함 등 수상함 7척이 투입된다. 이번 훈련은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 선박 역할을 맡은 대청함을 해상에서 포착한 상황을 가정하고, 각국 전력이 정보교류·선박추적·승선검색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해군의 항공기 4대와 일본·호주 항공기 각각 1대 등 모두 6대의 항공기가 훈련에 참여한다. 우리 해군·해경·화생방사령부 특수임무대와 미국 해군·해경 특수임무대, 일본 해상자위대 특수임무대 등 모두 6팀의 특임대가 승선검색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펼친다.

국방부 관계자는 “PSI 해양차단훈련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훈련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훈련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필요하고, 북한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확산 방지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 종료 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마라도함에 올라 참가국 함정을 해상사열한다. 이 과정에서 ‘욱일기’와 비슷한 문양의 ‘자위함기’를 단 일본 함정 승조원들이 한국 국방장관에게 경례하는 장면이 최초로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