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편하게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암울한 미래가 실제로 온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는 황폐화된 지구에서 산소마스크 없이 살 수 없는 인류를 그린 디스토피아 판타지물이다. 생존에 필수인 산소는 계급에 따라 분배받는다. 최하층인 난민들은 숨 쉴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주인공인 택배기사 5-8(김우빈)은 난민들을 몰래 돕는 인물이다. 그는 디스토피아에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극 중에서 택배기사는 특수한 직업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산소를 제시간에 배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난민 출신 약탈자인 헌터들로부터 배달 물품을 지켜야 해 육체적으로 강해야 한다. 배우 김우빈은 세계관 최강자인 5-8을 역할에 딱 맞는 배우였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 강인함이 묻어나오는 눈빛이 전설의 택배기사 5-8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지난 12일 공개 후 21일까지 2주 연속 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3000만 시간(17일 기준)으로 집계됐는데 와 닿지 않는다. 마냥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했다. 5-8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5-8은 자신의 몸을 바쳐 (이상향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멋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조의석 감독과 영화 ‘마스터’(2016) 이후 재회했다. 그는 “조 감독님이 제안을 줘서 반가웠다. 대본을 읽을 때만 해도 우리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아파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캐스팅될 당시를 회상했다.
5-8과 자신은 닮아있다고 했다. “5-8은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게 되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인물이에요. 더 많은 이들이 더 사랑받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죠. 저도 그래요.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도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암 투병으로 2016년 이후 6년간 공백기가 있었던 김우빈은 복귀 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외계+인 1부’에 이어 ‘택배기사’까지 약 2년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축복이잖아요. 요즘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놓치는 것들에 대해 일기를 써요. 아침 햇살이 좋았던 것,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었던 것 같은 거요. 어느 순간부터 ‘별일 없음’에 감사하더라고요.”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느껴졌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김우빈은 주저 없이 “싸움 못 하는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교 싸움짱 역할을 6번쯤 했다. 항상 무리 중에 가장 우두머리나 싸움 잘하는 역할을 많이 맡겨줬는데 (다른 역할도) 준비가 돼 있다”며 웃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