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도 취업기간… 국가배상액 산정, 남성차별 없앤다

입력 2023-05-25 00:02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도 국가 책임으로 숨지거나 다쳤을 때 예상 군 복무 기간 벌 수 있는 소득이 포함된 국가배상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전사·순직 군경 유족이 유족연금·상이연금 등 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배상법 개정안 및 동법 시행령 개정령 안을 오는 7월 4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24일 밝혔다.

국가배상액은 다치거나 사망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나 얻지 못한 이익(일실수익)을 산정해 계산한다. 현재는 군미필 남성에게 지급할 국가배상액 산정 시 군 복무 기간은 일실수익 계산을 위한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같은 사건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어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남성은 여성보다 적은 국가배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9세 남녀 학생이 공무원 과실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일실수익은 남학생(4억8651만원)이 여학생(5억1334만원)보다 약 2682만원 적다.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고쳐 이런 ‘남성 차별’을 바로잡겠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일실수익을 계산할 때 남자는 여자보다 (군 복무 기간인) 18개월을 덜 계산한다는 것이 현 제도의 취지인데, 이게 왜 불합리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면서 “병역의무는 상을 받아야 하지 벌을 받을 게 아니다. 국가가 병역 의무자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전사·순직한 군경 유족이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현행 국가배상법은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따라 전사·순직한 군경이 일정 보상을 받으면 본인을 포함한 유족은 국가 및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엔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위자료 청구 근거 규정이 신설된다. 이 규정은 시행일 당시 배상심의회 또는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 한 장관은 “법 개정을 통해 유족 고유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