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부커상 수상작에 ‘타임 셸터’… ‘고래’는 불발

입력 2023-05-25 04:05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가 23일(현지시간) ‘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선정된 뒤 수상작 ‘타임 셸터’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쉽게 수상이 불발된 한국 작가 천명관. AFP·EPA연합뉴스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가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6편의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던 천명관(59) 작가의 ‘고래’는 수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보라의 ‘저주토끼’에 이어 연속으로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문학이 세계 독자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부커상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린 ‘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수상작으로 ‘타임 셸터’를 호명하며 “아이러니와 멜랑콜리함이 가득한 빛나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은 영국에서 출간된 영어소설을 대상으로 시상하며,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상이다.

‘타임 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미래 전망을 잃고 영광스러운 과거에 집착하는 유럽의 암울한 세태를 유머러스한 터치로 풍자한다.

불가리아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저자는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천명관은 시상식이 끝난 후 “나온 지 거의 20년 된 ‘고래’로 갑자기 여기까지 왔다”며 “올해의 재밌는 이벤트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굉장히 한국적이고, 옛날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들과 감정들, 그러니까 보편성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며 ‘고래’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천명관은 “외국 독자들이 이 소설의 특성을 한국 독자들과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 재밌었다. 블랙 유머도, 슬픔도 있는데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세상에 좋은 독자들이 많구나, 이런 것에 좀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