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통신 3사에 시정·공표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68억2900만원, KT는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는 28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역대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중 두 번째로 큰 액수다.
통신 3사는 2017~2019년 5G 서비스가 최고 20Gbps(초당 기가비트)의 속도로 제공된다고 광고했다. 1Gbps는 1초에 약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다. 그러나 이는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이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통신 3사의 평균 5G 서비스 속도는 광고 문구의 25분의 1 수준인 0.8Gbps에 불과했다.
더욱이 광고 당시에는 통신사가 광고한 최고 속도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조차 출시되지 않았다. 최고 속도 20Gbps를 위해서는 28㎓의 고주파 대역을 활용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된 적이 없다.
실현 가능성이 적은 상황을 가정해 측정한 속도가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다. 통신 3사는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에서 엄격한 조건으로 측정되는 최대 전송속도인 ‘최대 지원속도’를 2.1~2.7Gbps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 속도는 1대의 기지국에 1개의 단말기가 접속했을 때 가능한 속도였다. 이 같은 속도를 위한 전제조건인 특정 주파수 대역은 전국에서 이용하기 어려운 구간이었다.
통신 3사는 각 사의 5G 속도가 가장 우수하다고 광고했지만 독립적 기관의 실증자료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SKT와 KT는 자사 소속직원이 각각 측정한 결과를 활용해 타사보다 5G 속도가 우수하다고 광고했다. SKT는 타사의 LTE 서비스 속도와 자사의 5G 속도를 비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한 속도를 전국에서 동일하게 제공되는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로 통신 3사의 속도 광고 표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론상 최고 속도가 구현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속도의 평균치 또는 최소·최대치 등을 소비자들에 안내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실질적인 제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 3사는 공정위 제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통신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