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올리고 부산 내리고…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 ‘논란’

입력 2023-05-25 04:05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요금제 시행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차등 요금제가 도입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수도권의 전기료는 올라가고, 원전 등이 있는 지방의 전기료는 낮아질 공산이 크다. 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예상된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분산에너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을 낮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원전 소재지인 부산·경북이나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충남 등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배전 설비를 통해 수도권으로 운반되고 있다. 발전소 주변 지역은 환경 오염이나 방사선 노출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전기요금은 동일하게 부과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자는 게 주요 입법 목적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연간 발전량은 4만6579GWh(기가와트시)로 서울(4337GWh)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부산에는 고리원전이 있다. 그러나 판매 전력량(사용량)은 서울이 4만8789GWh로 부산(2만1494GWh)의 2.3배에 달했다.

2021년 기준 전력 자급률을 보면 충남과 부산은 각각 227%, 197%를 기록했다. 쓰는 것보다 생산하는 양이 2배가량 많다는 뜻이다. 반면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1%, 경기는 61%에 그쳤다. 생산은 지방에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불균형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10년 전부터 논의됐다. 그러나 전기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다. 그러다 전기요금 원가 부담이 커지고, 정치권에서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면서 도입에 탄력이 붙게 됐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요금제가 적용되기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분산에너지법은 차등 요금제의 근거 조항을 담은 수준이라 실제로 시행되려면 별도의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향후 구체적인 지역별 차등요금 산정 방안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세부요건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의 반발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결정으로 건설한 발전소 주변 피해를 왜 대도시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느냐는 비판에 대한 방어 논리를 정부가 마련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송·배전 인프라가 미비한 농어촌 지역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발전소 인근 지역은 현재 법에 따라 각종 지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중복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