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탈모 인구 1000만 시대다. 성인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탈모를 겪고 있는 셈이다. 탈모는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겪는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요즘은 30대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는 더 이상 성별과 나이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관련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제품 종류도 바르는 신약부터 주사제까지 다양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였다.
탈모는 왜 생기는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머리카락에 관한 관심과 애착은 대단하고 변함이 없다. 초기 기독교 수도사들은 삭발했다. 정수리까지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곧 세상일에 대한 허무함과 부에 관한 관심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무언의 항변이었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의미하기도 했다. 성직 위계를 받자마자 머리카락 전체를 자르거나 머리 주위에 일부만 남겨두는 전통이 시작됐다.
요즘도 머리카락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문화 그리고 종교를 상징하기도 한다. 성경은 머리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머리숱이 많은 것은 힘과 완전함, 부유함과 영광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 머리카락이 없는 것은 부족함과 잃어버린 영광, 나약함의 상징(왕하 2:23)으로 나타난다. 여인의 긴 머리는 부러움과 축복의 상징(겔 16:7)으로 그리고 있다.
제이웨이기독선교회서 관계전도 이목 집중
서울 마포구 독막로에는 아주 특이한 전도사역을 하는 이가 있다. ‘모(毛)사랑 관계전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화권(55) 사무총장으로 그는 소년소녀가장 출신이다.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 사무총장은 가세가 기울어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중국집 배달원과 신발공장 직공, 건강식품과 화장품, 음료 대리점 사원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고 원형탈모 증세로 외모 콤플렉스 고통을 받았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뒤늦게 대한예수교장로회 중앙총회 소속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학부와 신대원을 졸업하고 2019년 ㈔제이웨이기독선교회를 설립, 매주 목요일 교회와 성도의 영적 부흥을 위한 모사랑 관계전도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25일 이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100% 천연허브로 만든 전도용품으로 관계전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성경에 나온 머리카락과 수염 등 머리와 얼굴, 피부 등에 대해 폭넓게 공부를 해오고 있다. 10대 중반부터 소년소녀가장으로 40여년째 유통업을 하는 이 사무총장은 머리카락에 관련된 기능성 제품이라면 안 써본 게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머리카락 관련 서적과 논문 등 온갖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허브 제품을 사용하면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가장 오래된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도 탈모 치료에 대한 방법이 기록됐을 정도라고 했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들들은 바로 귀 뒤쪽 머리의 오른쪽 위에 독특하게 머리를 쪽 매어 다녔다고 한다. 또 파라오들은 절대 가발을 쓰지 않고는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 머리카락은 마치 옷이나 보석처럼 사회적·종교적 지위를 나타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영국에서는 법원 판사들이 마치 말갈기 모양의 가발을 쓰고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가발은 18세기 중반까지도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머리카락은 중요하고 상징적 역할을 했다. 머리카락 문화는 당시 사회의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단발령이 있기 전까지 남자는 상투를 틀었다. 여자는 댕기 머리나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았다. 프랑스의 루이 8세 통치 무렵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발이 유행했다. 귀족 사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가발은 무게가 거의 20파운드(9㎏)에 육박하는 것까지 있었고 권력을 상징하는 범선 모형과 아름다운 새장과 함께 필수품이었다. 젊은 시절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루이 8세는 나이가 들면서 시작된 탈모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용한 가발이 귀족 사회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18세기 중반까지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힘의 원천
이러한 풍습은 유대인과 다른 종족을 구분하려는 목적과 함께 머리카락에 대한 나름대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은 일부를 잘라내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계속 자라는 신체의 부분이다. 머리카락은 또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계속해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유대인 중에는 수염을 깎지 않고 귀 바로 위의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고 꼬아서 기르는 풍습을 자랑스럽게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유대인들은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를 가진 이들을 업신여기고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간주하기도 했다.
구약시대에도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등 외모에 관한 관심이 특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은 머리카락에 어떤 능력이나 특별한 힘의 원천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삼손과 다윗의 아들 압살롬처럼 우아하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삼손과 압살롬은 머리카락 때문에 결국 비극을 맞게 된다.
아시리아인들은 불에 달군 쇠로 머리카락에 온갖 웨이브를 시도했다. 염색 기술도 대단히 발전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금발이 유행해 사람들은 금발 염색을 해서 한껏 멋을 부렸다. 반면 로마인들은 검은 머리를 선호해 머리카락을 까맣게 염색하기도 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신약시대부터 짧게 변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가 참으로 하찮게 생각하는 이 머리카락 하나에도 자세히 보면 엄청나게 세심하고 정교한 하나님의 설계를 볼 수 있다”면서 “현대 기술로 가발이나 조화 등 겉모양은 아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생명이 있어 자라고 향기를 내게 하는 것까지 흉내를 내지는 못할 것”(마 5:36)이라고 말했다.
동양에서도 머리카락은 지위와 종교적 성향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불교 수도승은 머리카락을 모두 잘랐고 일본 사무라이들은 머리 앞부분과 정수리 부분을 모두 삭발해 뒷머리와 옆머리를 함께 땋아 정수리에 얹고 다녔다. 최근까지도 스모 선수들에 의해 약간은 변형됐지만 여전히 독특한 사무라이의 헤어스타일을 승계하고 있다.
동의보감엔 신장이 안 좋으면 머리카락 세고 탈모
이 사무총장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조사해본 결과 옛날에는 하나님을 머리카락과 수염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고대 유대인들은 머리카락과 수염은 남성의 왕성한 생식 능력과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남자는 수염이 많고 머리숱이 많아야 남자로서 정상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허준의 ‘동의보감’ 외형편 ‘내경’엔 머리카락을 주관하는 사람의 장기로 신(腎)을 지목하고 있다고 했다. 머리카락은 혈(血)의 여분으로 혈이 넉넉하면 머리카락에 윤기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 몸에 신수(腎水)가 많고 음혈(陰血)이 그득하면 머리카락에 윤기가 있고, 반대로 고갈하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거나 탈모 증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탈모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 등이 그 원인이 된다. 이 사무총장은 현대인의 탈모 원인으로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각종 샴푸와 화장품 등 미용 제품을 꼽았다. 대부분 현대인의 두피는 파마 약과 염색약, 계면활성제 등으로 인해 ‘바디 버든’(일정 기간 체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이 쌓이고 염증과 염색약이 각화된 각질로 인해 머리카락의 모근이 죽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의 생명력과 건강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 사무총장은 “허브추출물베이스 제품 위주로 생활문화를 바꾸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우선 가정에서 화학제품이 아닌 생리활성물질(파이토케미컬)로 대체할 것을 권면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어머니의 품속’ 같은 두피 건강법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백회와 풍지, 천지, 아문 등 머리에서 어깨까지 혈 자리를 자극해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노폐물이 배출돼 모근의 혈류량이 늘어나면 탈모 고민은 물론 머리카락이 다시 풍성하게 자란다는 얘기다.
글·사진=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