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영토 벨고로드에서 22일(현지시간) 교전이 발생해 이틀째 지속하다 종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이 침입한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으며 러시아 반체제 단체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서부 벨고로드주에서 교전이 발생해 대테러작전을 감행, 이틀 만에 소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 트럭 5대를 파괴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대응 작전이 이틀째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벨고로드주의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사보타주그룹이 그라이보론 지역에 침투했다”며 “러시아군과 국경수비대, 연방보안국(FSB) 보안대가 적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교전 발생 사실을 알렸다. 공격에는 장갑차가 동원되고 박격포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전으로 벨로고드 지역의 9개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노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총 민간인 사상자는 사망자 1명, 부상자 12명으로 집계됐다.
벨고로드주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하르키우주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요 보급 및 지원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라이보론 지역은 국경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교전이 이어지자 현지 당국은 대테러작전을 선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을 벌인 이들이 러시아인이라는 지적에는 “우크라이나 내에도 많은 러시아인이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 가담자 모두가 우크라이나 민병대라고 믿는다”면서 “우리 특수기관이 책임자들의 신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도 테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가 사보타주 그룹을 배치한 것이 아니며, 러시아 내 반체제 단체들이 이번 침공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 대표는 ‘러시아 자유 군단(Liberty of Russia Legion)’과 ‘러시아 의용군(RVC)’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밝혔다. 두 단체 모두 러시아인으로 구성됐으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자유 군단도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러시아인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자라길 바란다”며 “이제는 크렘린의 독재를 끝낼 때”라고 강조했다. 또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벨고로드의 한 정착촌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