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학축제 막이 오른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 민주광장 뒤쪽 자유마루에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착석 구역’이 등장했다.
원래 자유마루는 관객들이 서서 공연을 보는 곳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자유마루 앞쪽은 경사진 계단이라 갑자기 인파가 몰리면 추락 등의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축제 준비 과정에서 학생회 측이 먼저 ‘올해는 자유마루를 착석구역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학축제 시즌을 맞아 총학생회를 비롯한 주최 측이 안전사고 예방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를 겪은 이후 군중 밀집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안전관리계획을 바꾸는 등의 움직임도 생겼다.
고려대의 경우 공연장 입석 구역에 이전에 없었던 T자 형태의 통로도 설치됐다. 성북구청과 고려대 측에서 비상 상황 발생 시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학생회 측에 통로를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올 축제에는 전문 경호 인력 15명도 투입됐다. 고려대가 축제 때 전문 경호 인력을 투입한 건 처음이다.
축제 현장에서는 안전을 강조하는 안내 방송도 주기적으로 나왔다. 무대 진행자들은 “광장 경사가 있기 때문에 앞쪽이 많이 밀릴 수 있습니다” “버티지 못할 정도의 압력이 느껴지면 스태프에게 알려주세요” 등 위기 상황 대처법도 알렸다. 민주광장은 오후 9시쯤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자 이동이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다른 대학교에서 축제를 보러 온 김다인(24)씨는 “경호원들이 학생들이 모여 있으면 흩어지라고 외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이동하라고 하는데 덕분에 축제가 안전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도 24일까지 진행되는 축제를 위해 120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김범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대규모 자원봉사자를 뽑은 건 한정된 공간에 관객들이 너무 밀착하면서 압사 사고가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립대 축제 현장에서도 “여러분 모두 반보씩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등의 진행자 요청이 여러 번 울려 퍼졌다.
싸이, 걸그룹 ITZY(있지) 등 유명 연예인이 공연한 성균관대 축제에는 지난해의 1.5배가량 되는 안전요원이 투입됐다. 지난해까지는 건물 옥상만 출입을 통제했지만, 올해는 관할 혜화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해 순찰차 4대로 경사로 진입을 차단했다. 군중 밀림 사고 예방 차원에서다.
지난 20일 열린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에도 100여명에 가까운 안전요원들이 투입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보통 30~40명 수준에서 배치하던 안전관리 인력을 올해는 60명으로 증원했다. 구청과 소방서에서도 작년까지는 한두 명만 투입됐지만, 올해는 팀 단위로 나와 안전관리를 했다”고 전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