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범죄 등에 연루돼 동결된 증권 계좌 건수가 최근 5년간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기와 맞물려 증권 계좌 개설이 폭증하면서 범죄에 노출된 증권 계좌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 상위 20위 증권사들의 지급정지 계좌 건수는 2018년 3만6659건에서 2022년 7만7911건으로 급증했다. 지급정지 계좌 건수는 2019년 4만7671건, 2020년 4만3818건에서 증시 호황기던 2021년 9만12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지난해 소폭 줄었다.
증권사들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연루된 계좌로 의심될 경우 고객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계좌를 동결하는 지급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18~2022년 지급정지 조치로 계좌에 묶인 금액(지급정지 신청 금액)은 2522억594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급정지 신청 금액은 2018년 341억, 2019년 377억원이었다가 2020년 553억원, 2021년 767억9644만원으로 급증했다.
증권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가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기에 불어닥친 주식 투자 열풍이 있다. 증권 계좌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범죄에 악용된 계좌도 급증한 셈이다. 투자 열기가 꺾인 지난해에는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주식 가치가 급락하면서 급증한 ‘깡통계좌’가 범죄에 악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금융 사기에 노출된 증권 계좌 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증권 계좌가 범죄에 활용되면서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금 환급 규정을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증권 계좌 피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주식 가치가 달라지는 탓에 증권 계좌 피해를 입었을 경우 고객과 증권사 간 합의로 피해 구제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식 계좌의 경우 범죄 피해에 활용될 경우 피해 환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