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피부에 레게 머리 ‘인어공주’ 흥행 성공할까

입력 2023-05-24 04:08
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 이 영화는 원작에 대한 추억을 망가뜨리면서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추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따뜻한 모래 위에서 하루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곳에선 이해해 줄거야, 나처럼 혼나지 않겠지. 헤엄치는 게 지겨운 나를 두 발로 딛고 설 수 있게 해줄거야. 난 인간들이 아는 걸 알고 싶어, 궁금한 걸 묻고 대답을 듣고 싶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막내딸인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노래한다. 인간들에게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경고에도 에리얼은 인간 세계를 동경한다. 난파 사고를 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를 구해준 뒤 사랑에 빠진 에리얼은 마녀 울슐라(멀리사 맥카시)를 찾아간다. 에리얼은 사흘간 인간으로 사는 대신 울슐라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맡기는 위험한 거래를 한다.

목소리를 잃은 대신 두 다리가 생긴 에리얼은 사흘째 되는 날 해가 지기 전에 에릭 왕자와 키스해야 울슐라의 마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바다새 스커틀과 물고기 플라운더 등 에리얼의 친구들이 힘을 모아보지만 울슐라는 이를 방해한다. 에리얼은 사랑을 이루고 목소리도 되찾을 수 있을까.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실사 영화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원작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2021년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알앤비 송 부문 후보에 오른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 역을 맡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다.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파트 오브 유어 월드’ 등이 영화를 보는 동안 귀를 즐겁게 한다.

바다 세계를 보여주는 신비로운 화면은 아이맥스로 관람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으로만 봤던 깊은 바다의 생명체들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트라이튼의 집사인 붉은 게 세바스찬 등이 춤추고 연주하며 ‘언더 더 시’를 부르는 장면에선 거대한 바다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롭 마셜 감독은 “바다 왕국은 우리의 손으로 만든 마법의 세계이지만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며 “수중 공간을 실사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마셜 감독이 만들어낸 현대판 인어공주의 모습이다. 어릴 적 만화로 봤던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인어공주 대신 어두운 피부에 레게 머리를 한 인어공주가 등장한다.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에리얼은 과거의 세계관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마셜 감독은 에리얼과 여왕 역에 흑인을 캐스팅하고 트라이튼의 딸인 인어공주 일곱 명을 각각 다른 피부색과 억양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추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원작에 대한 추억을 망가뜨리면서 ‘블랙워싱’(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과도하게 흑인을 캐스팅하는 현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어 더빙 버전의 에리얼 역에는 그룹 뉴진스의 다니엘이 발탁됐다. 울슐라 역은 배우 정영주가, 세바스찬 역은 정상훈이 맡았다. 러닝타임 135분. 전체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