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보이던 한국의 자살률이 젊은 여성들의 극단적 선택 증가로 다시 늘고 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10대 여성들의 극단 선택 시도 생중계’ 사건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의 성차별 관행과 여성 혐오 문제 등을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8개국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10년간 줄어들던 한국의 자살률이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높아지기 시작해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며 “이는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40대 미만 여성 자살률은 나머지 17개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았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여성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평균 4.6명에서 4.7명으로 소폭 상승한 반면 한국의 경우 13.2명에서 16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 여성들이 점점 더 ‘모순적인 기대(contradictory expectations)’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교육경쟁 사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직장에서 차별당하고, 가정에서는 일보다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고통받는 근본적 이유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