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기업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으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71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유럽에서 데이터보호규정(GDPR)이 제정된 이래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메타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이날 메타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이같이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과징금은 룩셈부르크 당국이 2021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부과한 7억4600만 유로(1조600억원)의 1.5배를 넘는 수준이다.
DPC는 또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이용자들의 관련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중단하고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 당국이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메타를 제재한 것은 메타의 유럽본부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어서다.
메타는 미국과 EU가 2000년 체결한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협정을 근거로 유럽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020년 미 정부의 개인정보 감시 우려가 있다며 이 협정을 무효로 판결했다. 그럼에도 메타가 유럽인의 데이터를 계속 미국으로 전송해 GDPR을 침해했다는 게 DPC의 판단이다.
유럽 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 같은 조치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EU 정보보호이사회 의장인 안드레아 옐리네크는 “페이스북은 유럽에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송되는 개인 데이터 양도 방대하다”며 “전례 없는 과징금은 심각한 개인정보보호 위반이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WSJ는 “EU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이를 위반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성명을 내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타는 “부당하고 불필요한 과징금이다.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이라며 “EU와 미국 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많은 다른 회사들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