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화된 이주민을 역파송… 선교 돌파구 찾다

입력 2023-05-24 03:02
허은열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공동대표가 23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열린 ‘국내 이주민 선교 기반 구축을 위한 대상별 선교전략 개발보고서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1993년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가 복음을 접한 뒤 무슬림에서 개종했다. 2002년 나섬공동체(대표 유해근 목사)에서 한국어를 배우다 세례받은 그는 2004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종교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이후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M Div)를 받고 2014년 무슬림권인 튀르키예로 역파송돼 난민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계 한국인 이호잣 목사 이야기다.

이 목사처럼 노동 유학 결혼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온 이주민 숫자가 급증하면서 이주민 선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이주민 210만명 시대를 맞아 한국에서도 이른바 ‘땅끝 선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문화사역 단체인 글로벌디아코니아와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는 23일 서울 종로구 소금의집에서 공동 주관으로 ‘국내 이주민 선교 기반 구축을 위한 대상별 선교전략 개발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사례 중심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주민 선교 실태와 선교 전략이 제시된 자리였다.

김종생 글로벌디아코니아 이사는 “올해로 이주민 사역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 30주년이 된다”며 “갈수록 국내 이주민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이주민 사역을 전문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은열 KIMA 공동대표는 “국내 이주민 중 50% 이상 차지하는 이들은 이주근로자”라면서 “이주근로자와 유학생처럼 제한된 기간 체류하는 ‘비정주’ 이주민에 대한 사역은 역파송 선교 전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회에서 제시된 다수 교회는 역파송을 위한 이주민 사역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1997년 이주민 선교를 시작한 위디국제선교회(대표 문창선 목사)는 그동안 100여명의 이주민을 그들의 본국으로 역파송했다. 새생명태국인교회(대표 허은열 목사)는 국내 태국 이주근로자를 섬기며 17년간 70명 넘는 신학생을 배출했다.

홍광표 KIMA 이주노동자위원장은 “이주민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 사역”이라며 “이주근로자는 보통 3~4년 정도 한국에서 보낸다. 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으로 제자화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하나님의 말씀을 공유하고 공부하며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충분히 이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정안전부 통계(2022)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이주민 수는 213만4569명이다. 15년 전인 2006년(53만여명)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주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경기도(71만4497명)로 집계됐다. 도시별로는 경기도 안산(9만4941명) 수원(6만5885명) 시흥(6만4570명) 순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이 71만6146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20만265명) 태국(15만8567명)이 뒤를 이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