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 배임 등 혐의를 받는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해외 도피 생활 중에도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가져다 도박으로 탕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은 배 회장의 ‘동남아 황제 도피’를 도운 임직원들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3일 총괄부회장 우모씨 등 KH그룹 임직원 4명에 대해 범인도피·상습도박 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가 내려진 배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배 회장이 최근까지 임직원의 조직적인 비호와 조력을 받은 것으로 본다.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수행원 수발을 받으며 호화 리조트와 골프장 등을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빼돌린 계열사 자금 중 수백억원을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지의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배 회장은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의형제’로 불릴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인데, 두 사람의 해외 도피 양상도 닮은꼴인 셈이다. 검찰은 2019년 5월 두 사람이 중국을 방문, 북한 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배 회장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배 회장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 수사 과정에서 KH그룹 계열사에 40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65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횡령 혐의 등이 드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외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배 회장을 신속히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