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돛을 올렸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한 지 50년 만에, 대우그룹에 인수된 지 45년 만에 한화그룹의 일원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경남 거제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는 걸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5개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에서 약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출자하고 한화오션 주식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16일 본계약을 체결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옥포조선소의 이름은 거제사업장으로 바뀌었다.
새 대표이사에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선임됐다. 김종서 사장(상선사업부장), 정인섭 사장(거제사업장장)이 사내이사에 앉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 권 신임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첫 번째 최고경영자(CEO) 편지를 전달했다. 권 대표는 “임직원은 옥포만 위에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낸 저력이 있고, 한화그룹에는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역량 있는 기업과의 시너지로 핵심사업을 이끌어낸 성장 스토리가 있다”면서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도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으로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했다.
권 대표를 포함한 새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와 체질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눈앞의 과제는 지난 2020년 4분기부터 10분기째 이어진 적자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1분기 62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4701억원)보다 적자 폭을 많이 줄인 상태다.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의 본격적 경쟁을 위해 ‘수주 드라이브’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미 3년치 수주가 쌓여 있어 ‘선별 수주’라는 기조는 이어진다.
또한 한화 출신 경영진과 기존 직원의 화학적 결합은 숙제다. 업무방식, 성과보상, 노사관계 등에서 갈등 여지가 있다. 한화오션은 조만간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한화오션 출범 직전에 한화그룹은 ‘당근’을 제시했다. 직원들에 매출 목표 달성 시 300% 성과급(현금 150%+주식 150%)을 주기로 합의했다. 매출 목표치는 아직 설정하지 않았다. 장기근속 포상제도 도입했다. 사내 협력사에 대해선 목표 근무시간을 달성하면 상용직 기준 임금의 300%를 3년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권 대표는 “보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한화오션의 비전은 향후 100일 안에 임직원 여러분과 명확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