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이슈메이커 신창원

입력 2023-05-24 04:10

탈옥수 신창원은 한국 공권력의 치부와 흑역사를 보여준 산증인이다. 신창원이 1997년 1월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은 교도관들의 가혹행위 때문이었다. 99년 7월까지 대한민국 사상 최장의 탈주극을 벌이자 이번엔 경찰의 무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경찰은 연인원 97만여명을 투입하고 전단 463만여장을 배포했으나 900여일간 88차례에 걸친 그의 강·절도 행각을 넋놓고 바라봐야 했다. 경기경찰청장, 수서경찰서장이 해임되는 등 신창원 검거 실패로 해임 7명, 징계 26명 등 57명의 경찰이 문책을 당했다. 신창원은 경찰 인사권자로 불렸다. 신출귀몰을 빗대 ‘신출경몰’이란 말도 유행했다. ‘신창원이 출몰하면 경찰이 몰락한다’란 뜻이었다.

경찰은 무장을 했으면서도 신창원에게 총을 뺏기고 얻어맞는 경우도 있었다. 눈뜨고 놓치기 일쑤였다. 잡으라는 탈옥수는 못잡고 잠복근무하던 경찰이 신창원의 동거녀를 성폭행하는 등 일탈 행위도 비일비재했다. 신창원 탈주극 이후 경찰의 초동수사, 검문검색 체계 개선이 이어졌다. 교도소 내 인권 문제도 신창원에 의해 부각된 게 적잖다. 신창원은 2010년 언론사에 보내는 편지를 발송해주지 않자 교도소장을 대상으로 변호사 도움 없이 소송을 제기해 1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2019년에는 “독방에 수감된 채 용변 보는 것조차 CCTV로 감시당하는 등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CCTV가 철거됐다.

신창원이 최근 교도소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2011년 이후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그해 7월 아버지가 사망해 장례식에 참석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거부당하자 벌인 일이다. 신창원의 행동에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가 작게나마 있었기에 두 번째 극단적 선택 시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법 집행기관이 죄수가 일을 저질러야 문제를 개선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이슈메이커의 잇단 극단적 선택 이유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줘야 뜬소문이 없을 것이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