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의 군자감리교회(담임 김형철 목사)에서는 다음 달 4일 주일 예배에서 담임목사 대신 장로가 설교 강단에 선다. 당일 설교를 맡은 문영배(사진) 장로는 주제와 본문을 정하고 설교 연습을 하고 있다. 평신도의 역할과 과제(행 6:1~6)에 대한 메시지를 준비 중이다.
한국교회에서 장로의 설교는 낯설다. 하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에서는 해마다 6월 첫째 주일이 되면 평신도에게 설교의 기회가 주어진다. 1979년 감리회가 평신도주일을 제정한 이래 감리회의 독특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신도주일에는 문 장로처럼 평신도가 주축이 돼 설교를 하고 예배 순서를 맡는 등 교회 사역 전반을 주도한다.
평신도주일을 앞둔 일주일은 ‘평신도 기도주간’으로 지킨다. 요일별로 기도제목을 정해 전 교인이 함께 기도하고 모임에서 간증을 나눈다. 평신도주일을 주관하는 감리회 사회평신도국(사평국)에서는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한다. 자료집에는 요일별 기도제목과 설교자료, 예배문 등이 수록돼 있다.
생활 속에서 감리교 평신도로서 지켜야 할 ‘생활수칙’(표)도 미니 팸플릿 형태로 제작해 배부한다. 수칙에는 교회와 가정,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행동을 명시하고 있다.
사평국 총무이기도 한 문 장로는 23일 “감리회가 평신도주일을 제정하고 생활수칙을 강조하는 것은 평신도 사역의 전문화와 평신도를 통한 부흥, 사회구원을 향한 소망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에 평신도가 희망임을 보여주는 믿음의 결단을 하는 날이 바로 평신도주일”이라고 소개했다. 문 장로는 또 “감리회가 감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평신도의 목소리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감리교회를 시작한 존 웨슬리는 평신도에게 설교 권한을 주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역할을 부여했다”며 “평신도의 사역과 동참이 없었다면 초기 감리교회 운동의 발전과 확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감리교회가 1930년 미국 감리교회에서 독립할 때부터 모든 회의 구성에 목회자와 평신도 비율을 1대1로 규정한 점도 웨슬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규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 장로는 “평신도라는 용어는 본래 중세시대 목회자와 성도를 구별해 교권을 강화하기 위해 쓰였지만 오늘날의 평신도는 전문성을 가진 목회자의 중요한 사역 파트너”라며 “평신도주일 정신이 감리회를 넘어 한국교회로 퍼져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