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사람은 평생 여러 이름을 갖고 살아간다. 나는 딸에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그리고 어느새 할머니란 이름까지 갖게 됐다. 최근엔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추가됐다. 영화감독이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란 영화를 시나리오 작업부터 감독까지 신성훈 감독과 공동작업 하며 얻은 이름이다. 처음엔 너무 낯설고 민망했다.
심지어 교회 성도님들도 집사님이라고 했다가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생겼다. 영화감독이 내 인생 목표도 아니었는데 하나님은 갑작스레 영화의 길을 열어 주셨고 힘들어서 원망 섞인 기도를 할 때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라는 말씀을 주시고, 성령님을 의지해 새로운 용기를 내며 마음을 다잡고 감당할 수 있었다. 아직도 감독으로 불리는 것이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편하지 않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고 하셨는데 하나님은 어떤 계획으로 나를 영화감독으로 세우려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그저 감사함으로 순종할 뿐이다. 두 아들을 연예인으로 키우면서 그들의 앞날을 놓고 눈물의 기도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데 그 현장 속에 들어와보니 더 간절한 기도가 나온다.
촬영을 며칠 앞두고 주연배우가 출연료 문제로 출연이 취소돼 막막했고, 어렵게 물색해 놓은 촬영 장소가 촬영 불허되기도 했다. 기도가 아니면 헤쳐갈 수 없는 수많은 일에 맞닥뜨렸다. 그때 생각했다. 하나님은 내게 기도를 시키려고 영화를 하게 하시는 건가. 크랭크인 날짜는 다가오는데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촬영을 하루 미루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혔다. 교회 중보기도팀에 기도를 부탁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첫 촬영 날 아침 눈을 뜨고 밖을 보니 기적처럼 비가 멈추고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욥의 친구의 말이지만 나는 아침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각종 영화제에서 30여개의 상을 받으면서 하나님 말씀은 일점일획도 변함이 없으시며 식언치 않으신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얼마 전 기자가 물었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로 많은 수상을 하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나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약력 △영화감독·방송인 △배우 이태성·성유빈 어머니 △영화 ‘짜장면 고맙습니다’(2022) 감독 △텔레비전 ‘반짝반짝 빛나는 오! 인생’(2022) ‘미운 우리 새끼’(2016) 출연 △제4회 글로벌컨슈머대상 지역봉사부문 탑리더십 대상, 제30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단편 시나리오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