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발을 뗀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기획 시리즈는 외부에 드러나기 힘든 외로움이란 특성, ‘신청주의’에 기반한 행정처리의 한계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업’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시켰다. 행정 기관과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 비정부기구(NGO) 등 복지단체, 기업 등 현장에서 복지사각지대와 외로움 사역을 이어가는 이들 역시 ‘함께’의 힘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이랜드 가산사옥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는 외로움 돌봄의 어려움과 협업 방식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상화 서울 서현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와 하동준 서울시 안심돌봄과장, 정영일 이랜드복지재단 대표가 참석했다.
박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짚었다. 첫손에 꼽은 게 ‘공동체’다. 그는 “공동체는 개인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 묶인 집합이다. 마음을 읽고 교제하는 공동체는 외로움 해결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중세시대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공동체 중심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탄생한 만큼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데 교회의 역할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예산을 쏟아부어도 고독사나 자살 등 외로움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박 교수는 “외로움은 물질적인 이유만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아무리 써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외롭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신청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청주의란 당사자 신청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는 행정처리 방식이다. 박 교수는 “신청주의의 약점은 스스로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는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 스스로 낙인찍어야 하는 만큼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이는 외로움의 문제를 행정기관, 기업, 복지단체와 교회가 같이 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이유가 됐다.
박 교수는 “정부가 모두 감당할 수도, 개인이 선의로 돌볼 수도 없다”며 “각 기관의 역할이 다른 만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공동체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한국은 개교회주의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역사회를 돕고 봉사하는 데 교회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설명 이후 이 목사의 사회로 참석자들은 질의응답으로 의견을 나눴다. 아래는 질의 응답.
-서울시의 외로움 관련 정책이 궁금하다. 어려움은 무엇인가.
△하동준 서울시 안심돌봄과장=정부도, 지자체도 외로움 등 복지 문제에 많은 예산과 지원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건보료 체납, 통신비 체납 등 총 39종의 위기 징후 데이터를 통해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도울 방법을 고민 중인데 조만간 44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그런데 100종이 되더라도 100% 막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의 역할만으로는 어려운 게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신청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이 지역별 조직과 함께 필요한 분들에게 적시에 도움이 갈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인위적 공동체는 어려움이 있다. 동 단위로 있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교회 등 이미 갖춰진 종교 공동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시범적으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사업’을 했고 올해도 빠르면 8월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단체나 비영리기구(NGO)의 생각도 궁금하다.
△정영일 이랜드복지재단 대표=지난해부터 우리는 교회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재단의 사명은 교회의 미션과 같은 방향이라 본다. 그래서 우리는 메인 파트너를 교회로 정했다. 돌봄사역을 위해 헌신적인 100명의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이들의 중심에도 교인들이 있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우리 교회에서는 외로운 이들을 ‘은혜의 소외지대’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요구르트 배달 등의 사역을 하고 있다. 교회 뿐 아니라 이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서울시나 자치구에 있는데 나를 비롯해 목회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그들도 교회 활동을 모를 것 같다.
교회는 소모임 등 소그룹 공동체가 있지만 외로움을 완벽하게 극복케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NGO 등에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한다든지 함께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의 협업이 가능할까.
△정 대표=우리 재단은 외로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교회에 제안하려는 의지가 있다. 반대로 달란트(재능)를 가진 교인들이 많다. 교회의 목회 방향과 맞지 않아 자신의 달란트를 숨기는 이들이 많다. 교회에서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봉사하는 권사님, 집사님들이 동참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럼 100명이 아닌 봉사자 1000명도 가능하다.
△이 목사=언론의 역할도 크다. 한국교회에 공신력이 있는 국민일보 안에 공공 사역과 관련된 조직을 만들어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정 대표=NGO입장에서 말하자면 외로움 사역은 말 그대로 ‘협업’이 돼야 한다. NGO의 매뉴얼대로 따라가는 참여,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좋다. 실제 지난해부터 우리 재단과 함께하는 분당우리교회, 광염교회 등은 어려운 이웃을 재단이 연결해 주면 직접 예산을 투입해 도움을 주고 있다.
△하 과장=안심소득을 주고 최근엔 복지멤버십도 도입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재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외로움은 따듯한 위로가 필요하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고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사업도 성과를 내면 좋을 듯하다. 지난해는 8개 동만 참여했는데 올해는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 지난해 참여한 일부 지역에선 지자체 지원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모델이다.
-영국·일본처럼 외로움을 담당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로움부(고독부)가 만들어진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또 어떻게 운영됐으면 하는지.
△하 과장=서울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면 물질적으로 해결될 게 있을 것 같다. 다만 공공기관이 주도하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성과가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외로움 돌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종교단체 NGO 기업 등과 함께 고민해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정 대표=우리 재단도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고 현장 전문가, 단체 등과도 대화하고 있다. 다만 어느 한 기관이 주도하기보다는 참여자가 주최자가 되고 주최자가 참여자가 되는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이 바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사=나 역시 모두가 연대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우리 교회는 순수성, 지속성, 자발성, 전문성 그리고 탁월성 등 5가지 기준을 보고 사역을 한다. 그 기준을 따르니 실패가 별로 없었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도 국민일보의 역할이 크다.
△하 과장=처음부터 크게 가는 것보다 풀뿌리처럼 조금씩 확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 목사=공감한다. 그렇게 공기를 읽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바람을 일으키는 게 필요한 시대인 듯하다.
정리=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