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3주 만에 합의… 25일 본회의 의결

입력 2023-05-23 04:07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1일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야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지난 1일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댄 지 3주 만이다. 여야는 지난 1일, 3일, 10일, 16일 등 네 차례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다섯 번째 회의에서 합의안을 도출했다.

마지막까지 진통이 컸던 쟁점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요구했던 ‘최우선변제금’의 소급 적용 문제였다. 최우선변제금 제도는 임차인이 살던 집이 경·공매됐을 때, 임차인이 금융기관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보증금 중 일정 액수를 우선변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장치다.

서울 기준으로는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인 주택에 한하며, 이때 최우선변제금 범위는 최대 5500만원이다. 피해가 컸던 인천 등 광역시급은 보증금 8500만원 이하일 때 최대 2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주택을 재계약하면서 보증금 액수가 보호범위를 넘어선 경우였다. 야당은 재계약 시 보증금 액수가 일부라도 초과한 경우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최우선변제 판단의 기준 시점을 재계약이 아닌 최초 계약으로 소급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게 된 피해자에게 경·공매 완료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상당 액수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절충안을 특별법에 넣었다. 이는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과 선순위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한 결과다.

야당이 이 절충안을 수용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추가 대출을 받을 경우는 최대 2억4000만원까지 저리 대출(1.2~2.1%)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피해자 인정 범위’에 대해서는 야당 제안을 대폭 받아들였다. 국토위 소위는 애초 최대 3억원까지였던 전세보증금 상한을 최종안에서 5억원까지 늘렸다.

특히 국토위 소위는 기존의 전세대출 미상환금을 최장 20년까지 분할상환 가능하도록 했고, 이 기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신용정보 등록을 유예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주택 경·공매 시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를 원치 않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낙찰 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밖에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신청하면 대신 경·공매 절차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70%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구를 대상으로 생계·의료비 등 긴급복지지원책도 마련했다.

특별법은 우선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여야는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특별법에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무이자·저리 대출 등 소극적 조치보다 최우선변제금의 선보전 등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구자창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