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수십조 적자인데… 교육청 기금 22조 ‘쿨쿨’

입력 2023-05-23 04:08
추경호(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추 부총리는 올해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강제로 불용(不用)하는 방안에 대한 질의에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수십조원의 나라 살림 적자가 발생하자 정부가 지출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에 매년 수조원대 기금이 쌓이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되는 재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 경기 흐름이 여의치 않으면 예산 불용, 지출 구조조정 등의 ‘극약 처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세금 납부 시기를 미루며 발생한 세수 이연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14조3000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금이 예상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나라 살림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기금)는 지난 3월까지 54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총 58조2000억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3개월 만에 연간 전망치의 92.8%에 달하는 적자가 쌓인 셈이다.

팍팍한 중앙정부 살림에 비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넉넉한 상황이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시·도교육청 기금은 22조1394억원이었다. 최근 2년 초과 세수 영향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가하면서 교육청 기금도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보낸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쌓이는 기금을 두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건전재정 기조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정부가 지출 효율화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국채를 발행하면 ‘건전 재정’ 기조를 거스르게 된다. 지출 구조조정도 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이는 내년도 예산안에 적용되는 것으로 지출을 즉각적으로 줄이는 방안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선택지 중 하나는 예산 불용이다. 편성된 예산보다 적은 자금을 배정해 지출을 직접 줄이는 방안인데, 기재부는 이미 예산 불용을 통해 재정 효율화를 달성한 바 있다. 2013~2014년 세수가 부족하자 기재부는 각 부처에 세출절감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2013년 18조1000억원, 2014년 17조5000억원의 예산을 불용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세수 결손이 8조~10조원 발생한 만큼 이번에 예산 불용이 이뤄진다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예산 불용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결산을 통해 나온 세계잉여금과 모든 기금 재원을 살펴보고 있다”며 “강제불용은 인위적·선제적으로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