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추진 경과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공시 개정안이 다음 달 발표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상장사는 내년 사업보고서부터 신사업 추진 경과를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린 후 주가 상승 차익만 누렸던 상장사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적지 않아서다. 금융당국은 해당 공시가 충실히 이뤄지는지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상장사들의 신사업 경과를 필수로 공시에 기재하도록 하는 공시 개정안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업종에 따른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공시 작성 기준이 제시될 예정이다. 지난달 2차전지와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신규사업 공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당장 내년 사업보고서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상장사가 12월 결산법인인 것을 고려해 내년 주주총회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금 조달 극대화를 위해 신사업 추진을 악용하는 상장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차전지나 바이오 등 시장에서 유망하다고 여겨진 신규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그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자사주 매각 등으로 기업은 현금 확보에 나선다. 그 이후 해당 사업을 철수하거나 연구 개발은 하지 않고 명맥만 유지하는 수법이 활용됐다.
신사업 경과 공시제가 정착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신사업 계획은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가 될 수 있다”며 “사후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상장사 105곳이 2차전지와 인공지능, 로봇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105개 기업 중 91곳이 코스닥 상장사였다. 특히 2차전지 사업을 추가한 회사가 5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은 당장 내년 사업보고서에 2차전지 사업 경과를 공시해야 한다. 해당 내용이 부실하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신사업 경과 공시가 충실하게 이뤄지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사업 목적을 추가했으면 계획이 있고, 이에 따라 진행되는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금융당국이) 실제로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따져보기는 어렵지만, 얼마나 공시에 잘 기재가 되는지는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산업 신사업 중에서도 2차전지 관련 종목은 불공정거래 여부 등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다른 사업과 달리 주가 변동 폭이 커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기업 등의 경우에는 주가 이상 급등이나 대주주 보유주식 매도 등을 분석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