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빅4’ 쏠림 심화… 작년 직권지정 상장사 44.6% 배정

입력 2023-05-23 04:03 수정 2023-05-23 04:03
대우조선해양 건물. 연합뉴스

4대 대형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외부감사인 지정 비중이 최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부실회계가 우려되는 기업의 감사인을 직접 지정하는 제도다. 대형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문제가 여전한 데다 중소·중견회계법인이 갈수록 배제되는 감사인 지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권지정 1299개 상장사에 대해 4대 회계법인이 배정받은 기업은 579곳으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21년 대비 9.51% 포인트 늘어났다. 대형 회계법인의 지정감사 쏠림현상은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다 2020년 34.6%, 2021년 36.4%, 지난해 43.3%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감사인 지정 사유가 발생할 때 지정이 이뤄지는 직권지정과 6개 사업연도 자유감사계약을 체결한 회사에 대해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로 나뉜다. 지정 감사인이 4대 회계법인에 집중되는 것은 감사인 지정 방법이 대형법인에 유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형 4대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을 수 있는 상장사 자산규모 범위를 기존 5조원 이상에서 2조원 이상으로 낮췄다. 4대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을 수 있는 상장사가 이전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정 감사가 중견, 중소회계법인으로 몰리는 현상을 초래한 ‘하향 재지정’ 제도를 보완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향 재지정 제도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를 피해 중소 회계법인으로 감사배정을 해달라고 기업이 재지정을 요청하는 제도다. 높은 보수와 고강도 감사를 피하려고 이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중소중견 회계법인에 일감이 몰리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향 재지정 신청기업 수는 2021년(직권지정 1295개 대상) 434개에서 지난해 285개(1299개 대상)로 34%가량 줄었다.

하지만 대형법인의 감사가 반드시 고품질 회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부실감사 등으로 4대 회계법인이 증선위로부터 받은 감리 제재 조치가 여전히 많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대형 법인의 증선위 감리 지적 건수는 30건을 웃돌았다. 딜로이트안진은 가장 많은 10건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다음은 삼정KPMG(8), 삼일PwC(7), EY한영(7) 등 순이었다.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은 신흥에 대한 회계 감사절차 소홀로 1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EY한영은 최근 현대약품 감사 과정에서 판매장려금·관리비 관련 주요 절차를 소홀히 한 이유로 손해배상 공동기금 30%를 추가 적립하라는 조치를 받았다. 한 중형 회계법인 대표는 “4대 회계법인에는 법인 명성 뒤에 숨은 ‘초짜’ 회계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