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증권사·VC 이어 유사투자자문사 사칭… 개미 울리는 전방위 ‘투자 사기’ 주의보

입력 2023-05-23 04:06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투자 사기가 진화하고 있다. 인지도 높은 증권사나 벤처캐피탈(VC) 등을 사칭한 사기 수법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사 이름을 건 사기 행각까지 나타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료 리딩방을 운영하는 A사는 지난해부터 자사 고객들에게 사칭 피해에 주의하라는 공지를 했다. A사로 속여 텔레마케팅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였다. A사를 사칭한 일당은 정식으로 금융당국 신고 절차를 마친 유사투자자문사인 A사 이름을 팔아 가입비를 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당은 6개 이상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등록 불법업체인 B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짜 자산운용사 등록증을 올렸다. “자사 사칭 피해에 유의하라”는 글도 게시했다. B사는 금융당국의 ‘제도권 금융회사 목록’에서 조회되지 않는 업체인데 사업자 등록번호를 도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피해자 카페에서는 “합법 업체인 줄 알았다”면서 불만을 터뜨리는 글이 쏟아졌다.

과거의 사칭 사기는 유명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VC 등의 이름을 교묘하게 활용하거나 신뢰할 만한 업체로 위장하는 수법이 많았다. 최근에도 신한투자증권이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을 사칭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커진 뒤로는 유사투자자문사 사칭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사기가 일상화되면서 사기를 안 당하려는 고객을 속이려는 꼼수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