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지방회가 여성 목사를 대거 배출한다. 기하성 여의도지방회는 2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목사 안수식 및 임직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 안수를 받는 49명 가운데 47명이 여성이다. 교단 총회에서 이 같은 규모로 여성 목회자가 정식으로 배출되기는 국내 교회 사상 처음이다.
여성 전도사 10년→5년 ‘파격 단축’
기하성은 22일 전남 여수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엑스포홀에서 제72차 정기총회를 열었다. 기하성은 이날 남성의 경우 3년, 여성은 5년간의 전도사 사역을 거친 뒤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현행 교단헌법을 개정했다. 기존 헌법의 경우 여성은 10년이었는데 절반을 줄인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남녀 전도사의 사역기간(2년) 차이는 남성의 군입대 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기하성 대표총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여성 리더십을 많이 활용하고 강조하는 게 세계 기독교 트렌드”라며 “교단헌법을 개정해 여성 목회자에게도 남성 목회자와 동등한 기회를 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이 있는 상황에서 여성 목회자를 대거 배출하는 일은 우리 교단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교단 중에는 여성 안수를 허락한 교단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하성을 비롯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백석,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이 여성 목사와 장로 제도를 두고 있다. 반면 예장합동·고신·합신 등은 여전히 여성에게 안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여성목사 안수는 곧 ‘교회부흥의 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회 설립 당시 여성 전도사였던 최자실 목사가 조용기 목사와 함께 교회 설립에 중추 역할을 했다. 다른 교단과 달리 일찍이 여성 리더십을 인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전의 조 목사 역시 “앞으로 여성이 뒤에서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운영에도 가담하도록 하겠다”며 여성 목회자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빨간 가방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 평신도 리더들이 교회의 초창기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교회로부터 받은 빨간 가방을 들고 전도에 나선 여성 구역장들은 각 지역사회로 퍼져 특유의 외유내강형 섬김으로 복음 전도의 선봉에 섰다. 올해로 설립 65주년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다시금 여성 사역자의 역할과 중요성에 집중한 것은 시대적 요구와 상황에 부응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여성목사 안수 문제는 목양뿐 아니라 각 교단·교회의 인재 확보와도 직결된다. 지난해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 예장합동 산하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인재들이 목사 안수를 받고자 다른 교단으로 대거 이탈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예장합동은 오는 9월 제108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여성 안수를 허락해 달라’는 요구가 교단 안팎에서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교역자를 상대로 한 목사 안수와 지원 확대는 최근 증가하는 교단 소속 여성 교역자들의 사기 진작과 교회 부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56) 전도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30년간 전도사로 사역해 오다 이번에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 박 전도사는 “교회 결정에 감사드리는 한편, 제도 개편의 첫 사례로 앞장서서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이끌어 가야 한다는 무게감도 크게 다가온다”면서 “청년부와 상담실, 새가족실 사역 등을 담당해온 지난 경험을 되살려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이 목사가 대표총회장에 연임됐다. 총회장에는 정동균 김봉준 목사가 선임됐다. 임기는 2025년까지다.
여수=글·사진 임보혁 기자, 장창일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