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9000억 달러(약 1000조~1205조원)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지원과 함께 재건 사업에 동시에 참여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키이우 경제 연구소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우크라이나 주택과 인프라 피해 규모는 1920억 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재 에너지 생산 시설, 도로, 철도망 등 필수 기반 시설에 대한 긴급 복구가 진행 중이다. 전후 재건 과정에서도 토목·건설 분야 시설 복구를 위한 투자가 우선 검토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1일 폴란드로 출국했다. 원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철도, 도로, 공항 등 교통 인프라와 스마트시티를 포함한 도시 계획, 산업단지 건설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스마트도시 지원 프로그램 또는 산업단지 건설에 대한 컨설팅부터 시작해 당장 손에 쥐어질 수 있는 구체적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지금 (재건 사업에) 들어가도 늦는 것이고, 지금이 어찌 보면 마지막 타임일 수도 있다”면서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미 이탈리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후 재건뿐 아니라 당장 러시아 침공으로 파괴된 철도, 도로, 군사시설 재건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특별법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의 폴란드 내 취업 등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도 인도적 지원과 재건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등 1억 달러 규모 지원을 했다. 올해 2월에는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이양구 경상대 교수는 “인도적 지원과 전후 복구가 맞물린 사업이 많다”며 “모듈러 주택이나 스마트팜 등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인도적 지원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협력이 강화되면 에너지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방한해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설립과 수소산업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에너지산업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우크라이나는 재건 사업을 통해 파괴된 노후 시설을 복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기반시설 전반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며 “원전 건설과 풍력 발전 등 에너지 독립 분야의 재건도 활발히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