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와 소그룹 모임, 그리고 음성시험. 세계적인 웨슬리 영성 석학이 미래의 신학교육 방안으로 내놓은 처방전이다.
현재 영국 왕립역사학회 연구원인 테드 A 캠벨(사진) 미국 댈러스 남부감리교대학교 교수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총장 이후정)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신학교육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미래 신학도를 향한 새로운 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캠벨 교수는 이날 감신대에서 열린 ‘미래교회와 신학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캠벨 교수는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1703~1791)의 삶을 예로 들며 신학생의 영적 성장을 위한 학문적 일기 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웨슬리는 자신의 신앙적인 경험과 사색 내용을 매일 약식으로 일기장에 적었다. 오늘날의 ‘블로거’와 같은 삶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훗날 ‘웨슬리 저널’이 발간되기도 했다. 결국 매일의 경험과 사색을 기록한 일기가 감리교 운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라며 “신학생들의 일기 쓰기는 곧 영적 성장을 다지는 수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소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특별하다. 초기 감리교인들처럼 소그룹을 만든 뒤 개인적인 영적 성장 과정 등을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캠벨 교수는 “웨슬리의 영적 활동 가운데 개인적인 혹은 2~3명과 함께한 교제가 많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만하다”며 “신학생들도 8~10명이 아닌 3명 정도로 소그룹 나눔 모임을 활성화하면 원만한 의사소통과 관계 형성은 물론 영적으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필기시험 대신 음성시험을 검토할 만하다는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전통을 본받아 ‘비바 보체’, 즉 살아있는 목소리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음성시험이란 노트 휴대전화 컴퓨터 등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교실에 들어간 후 긴 테이블 끝에 앉아 여러 교수 앞에서 구두로 시험을 보는 것을 말한다.
캠벨 교수는 “(음성시험을 시행하면) 학생은 교수들의 질문에 자신의 영혼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진부하고 형식적인 필기시험보단 이러한 방식이 진정으로 신학생의 영성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