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돈’보다 ‘내는 이자’가 더 많은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고금리, 경기침체가 기업들을 ‘빚의 수렁’으로 내몰았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금융정책과 업종별 맞춤 지원을 강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17.5%가 ‘한계기업’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비율은 2016년 9.3%에서 6년간 8.2% 포인트 뛰었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다.
한계기업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컸다. 2016년에 코스피와 코스닥의 한계기업 비율이 9.3%로 같았지만, 지난해 코스피에선 11.5%인 반면 코스닥에선 20.5%나 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이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체 상장사 중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지난해에 30.8%에 달했다. 일시적 한계기업은 해당 연도의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기업이다.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2018년까지 20% 수준이었으나 2019년 30% 규모로 뛰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 34.6%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한계기업 비율이 높은 편이다. 주요 7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가운데 한국(16.5%, 2021년 기준)은 미국(20.9%) 프랑스(19.2%)에 이어 세 번째에 자리했다. 일시적 한계기업도 마찬가지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30.7%로 주요 7개국 중 미국(3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7개국 가운데 지난해 통계가 있는 한국(30.8%) 미국(28.2%) 일본(11.4%)을 비교하면 한국이 1위다.
또한 한계기업 비율은 업종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분야에서 한계기업 비율(30.4%)이 가장 높았다. 운수 및 창고업(25.8%),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5.0%), 도매 및 소매업(23.2%), 정보통신업(16.8%), 제조업(16.4%), 건설업(15.5%), 금융 및 보험업(3.5%)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급격한 금리인상에 경기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한계기업이 증가했다.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