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은 영성 갈구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 이유는 물질주의적인 영향으로 그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인간본능의 작용과 오늘날 여러 종교적인 형태가 보여주는 새로운 영성추구의 도전과 유혹 때문이다. 이 속에서 우리 기독인들 역시 참된 영성의 본질을 상실한 채, 세속화된 모습에서 영성의 빈곤을 충족하려는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반응이 특이하다. 그것은 한국교회 내에서 중세 로마 가톨릭의 수도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영성훈련의 방법인 관상(觀象)기도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교회는 “예수 믿고 구원받아 천국 가는” 방향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질적인 세상의 삶과 관련하여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나타내 보이는 영성의 강함을 의식하게 되었다.(딤후 2:1~4) 아마도 영적 상태의 후퇴와 영적 빈곤을 극복하는 방편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왜 하필 가톨릭의 수도사가 행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종교개혁의 전통과 역사에 속한 좋은 방법은 없는지를 살피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루터가 사용하던 영성훈련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중세의 가톨릭 수도원이 개발하여 사용한 방법을 새롭게 보완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성경읽기(lectio divina)를 따라 전개되는 3단계 과정으로 기도(oratio)-명상(meditatio)-시험(tentatio)의 방법이다. 루터는 왜 그렇게 변경했는가. 그것은 믿음의 지나친 주관성 극복을 위해 양심으로 믿음을 검증해 보라는 의도였다. 특별히 시험은 사람을 참된 신학자로 만들어 준다는 것으로 그 실제적 적용이 멜란히톤에서 신학생들의 영성훈련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영성훈련 방법은 17세기에 유럽의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가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대교수학 24장에서 참된 영성, 곧 신앙은 하나님을 발견하는 곳에서 그를 따르고, 그에게 이른 곳에서 그분으로 기뻐하는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영성은 올바른 이해력과 의지와 하나님과 결합한 믿음의 확신과 함께 성립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속에서 인간은 하나님을 소망하며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는데, 이 사랑은 성경 말씀 자연과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명상과 기도와 시험의 방법으로 길러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는 루터와 코메니우스를 통하여 새롭게 이어온 영성훈련 방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그 방법을 따라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는 세 가지(명상 기도 시험) 방법을 사용해 보기를 권고한다. 첫째는 하나님이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의 참된 음성을 듣는 일이며, 둘째는 참된 마음으로 그에게 기도하는 일이며, 세 번째는 자신의 믿음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때 하나님과의 논쟁을 통하여 자기 정당화와 합리화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신하는 법을 양심으로 배우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영성훈련 방법을 잘 익혀서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신앙을 위협하는 모든 유혹에서 벗어나 믿음의 참 자유를 누리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일웅 목사 (웨이크사이버신학원 석좌교수)
정일웅 교수는 총신대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인준 웨이크사이버신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