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세수도 부진… 그래도 예산 불용 처방은 자제하길

입력 2023-05-23 04:0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 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오는 25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기존의 1.6%에서 1.5% 이하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이 와중에 경기를 살릴 실탄인 세수 부족도 확실시되면서 우리 경제가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였다.

올 1분기 국세 수입은 약 8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4조원가량 덜 걷혔다. 올 한 해 세수 부족분은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기가 나쁘고 세금도 잘 안 걷힐 때 정부가 동원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빚을 내서 쓸 곳에 쓰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이미 잡힌 예산을 쓰지 않는 것(불용)이다. 건전 재정을 강조하는 정부는 추경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강제로 ‘예산 불용’할 의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차, 포를 다 떼고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얘기다.

추 부총리는 ‘작년도 결산해서 남은 세계잉여금’과 ‘모든 기금의 재원’을 해법으로 꺼내들었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6조원 정도다. 사업성 기금 여유자금을 더하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잉여금과 기금을 몰빵해서 세수를 메우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추경과 예산 불용 모두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제를 살릴 요술방망이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솔직하게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선제적·실질적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

예산 집행에서 최대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 예산 불용보다는 추경의 길을 열어놓는 게 낫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예산을 쓰지 않는 건 경기 침체를 방치하는 격이다. 잠시 빚이 늘더라도 경제 주체의 기력을 회복시켜 부를 창출한 뒤 세금을 거두는 게 선순환이다. 물론 추경까지 가기 전에 여야정이 모여 경기 회생의 방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