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외교 무대 ‘덕수궁 돈덕전’ 원형 되살렸다

입력 2023-05-23 04:06
문화재청이 22일 현판 제막식을 열고 공개한 덕수궁 돈덕전 전경.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로, 대한제국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 등으로 쓰였다. 하지만 일제가 이를 헐고 이 자리에 아동 유원지를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약 5년 만인 지난해 공사를 마무리했고, 내부 전시 준비가 마무리되는 9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흑백 사진은 고종(오른쪽 난간 가운데)과 순종(〃 왼쪽)·영친왕(왼쪽 난간 가운데)이 돈덕전 2층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근대사’ 제공

대한제국 외교 공간으로 쓰였던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재건돼 22일 현판 제막식을 열었다.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고종이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장으로 사용하고자 건립했으나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 등으로 쓰였다. 1907년 고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된 뒤 순종이 즉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외교 무대를 꿈꿨던 돈덕전은 1920년대 들어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건물이 됐다.

돈덕전은 덕수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1930년대에 헐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 자리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인 이른바 ‘아동 유원지’가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945년 이후에는 덕수궁관리소 등으로 쓰기 위한 가건물이 지어졌다가 철거되기도 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 내빈들이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앞에서 열린 현판 제막식을 마친 뒤 돈덕전 내부 지하 발굴 보존 공간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일제에 의해 헐리거나 변형된 건축물을 재건·복원하고자 정비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중 돈덕전은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약 5년 만인 지난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발굴 당시 출토된 바닥 타일, 벽돌 등의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와 고증 사진 등을 분석해 건물 위치, 외형 등을 재건했다”고 설명했다.

현판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원본을 실측한 뒤 전통 안료를 사용해 만든 복제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공사를 마무리한 이후 최근에 주변 정비와 조경 공사까지 모두 마쳤다. 내부 전시 준비가 마무리되는 9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