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외교 공간으로 쓰였던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재건돼 22일 현판 제막식을 열었다.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고종이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장으로 사용하고자 건립했으나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 등으로 쓰였다. 1907년 고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된 뒤 순종이 즉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외교 무대를 꿈꿨던 돈덕전은 1920년대 들어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건물이 됐다.
돈덕전은 덕수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1930년대에 헐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 자리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인 이른바 ‘아동 유원지’가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945년 이후에는 덕수궁관리소 등으로 쓰기 위한 가건물이 지어졌다가 철거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일제에 의해 헐리거나 변형된 건축물을 재건·복원하고자 정비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중 돈덕전은 2017년 발굴조사를 거쳐 약 5년 만인 지난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발굴 당시 출토된 바닥 타일, 벽돌 등의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와 고증 사진 등을 분석해 건물 위치, 외형 등을 재건했다”고 설명했다.
현판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원본을 실측한 뒤 전통 안료를 사용해 만든 복제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공사를 마무리한 이후 최근에 주변 정비와 조경 공사까지 모두 마쳤다. 내부 전시 준비가 마무리되는 9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