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토하기·변비약 먹기 늘어
SNS 통해 불법 처방약까지 거래
한 번에 과량·혼합 복용땐 위험
기분장애·우울증·불면증 등 유발
자녀가 밥을 따로 먹으려 하거나
살 쪘다고 우울해 하면 잘 살펴야
하루 최소 2끼 이상 식사 바람직
운동도 병행해야 요요현상 줄어
SNS 통해 불법 처방약까지 거래
한 번에 과량·혼합 복용땐 위험
기분장애·우울증·불면증 등 유발
자녀가 밥을 따로 먹으려 하거나
살 쪘다고 우울해 하면 잘 살펴야
하루 최소 2끼 이상 식사 바람직
운동도 병행해야 요요현상 줄어
“함께 ‘뼈말라’ 되고 싶은 분 친구해요.” “중학생도 지방흡입 받을 수 있나요?”
10대와 20대 초반 여성들이 많이 모인 SNS채널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대화 내용이다. 복부와 팔뚝 허벅지 등의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마르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같이 할 친구를 구하는 것이다. ‘프로아나족(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 거식증을 뜻하는 에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들은 무조건 굶기, 먹고 토하기 반복, 변비약이나 이뇨제를 습관적으로 먹기 등 극단적 다이어트를 추구한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은밀 거래
이들 사이에서는 비만 클리닉, 지방 흡입, 비만 약물에 대한 정보도 공유된다. 심지어 불법으로 다이어트 처방약을 구하기도 한다.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처방되지 않는 펜타민 계열의 향정신성 식욕 억제제도 은밀하게 거래된다.
실제 지난달 SNS를 통해 펜타민 계열의 속칭 ‘나비약(디에타민)’을 판매한 10대가 적발되기도 했다. SNS상에는 ‘디에타민 5~10 급구’ ‘나비약 직거래 선호’ ‘1정에 1만원 거래’ 등 디에타민을 사고 팔겠다는 DM(쪽지)이 돌고 있다.
비만 치료제 중 일부(펜타민·펜디메트라진 등)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존성이나 내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펜타민은 향정신성 의약품 중에서도 신체·심리적 의존 가능성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장기 복용 시 정신과적 부작용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것이 임상연구로 검증됐다. 문제는 의사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한 번에 과량 복용하거나 여러 가지 약제를 혼합해서 먹을 때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펜디메트라진은 상대적으로 의존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의존성 낮은 펜타민이라 하더라도 이런 펜디메트라진과 같이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정은 365mc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은 22일 “비만 치료제의 목적은 체중 감량 자체에 있으므로 단순히 식욕을 억제할 목적의 약물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복용량이나 횟수를 임의로 늘리거나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복용하는 행위는 해선 안된다.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대로만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권장하는 복용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 기분 장애, 우울증,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10대와 20대 초반 여성들 사이에 극단적 다이어트가 늘고 있는 데는 SNS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올바른 가치 판단이 어렵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층이 SNS에 쏟아지는 보정된 사진 속 몸매를 실제처럼 받아들이면서 ‘나는 왜 마르지 않았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장된 콘텐츠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SNS를 통해 같은 고민에 공감하고 공유하는 이들이 모이면서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있었다. 한 SNS플랫폼이 10대 설정 계정에 하루 300칼로리 미만을 섭취하는 팁이나 며칠동안 물만 먹을 것을 권장하는 등 극단적 다이어트를 유발하는 수만 개 영상을 반복적으로 추천한 결과 청소년들이 건강을 잃는 경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이런 영상에 반복 노출된 청소년 일부는 마른 체형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아져 식단을 극단적으로 제한, 단백질 부족이나 탈모 등의 상태에 직면하게 됐고 담석이 생겨 담낭을 제거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SNS에서 공유되는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은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인체 시스템에는 전반적인 문제가 생긴다. 지방 조직에는 만성 염증을 관리하는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가 함께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호르몬 작용을 통해 내분비계에 관여하고 인체 항상성 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영양 불균형이 지속되면 인체 시스템에 비상이 걸리기 마련이다. 예컨대 두피 면역계가 모근을 자극하면 탈모가, 피부를 자극하면 아토피피부염이나 두드러기 등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김 전문의는 “단기적으론 과도한 섭취 제한에 따른 기립성저혈압, 실신, 탈모, 빈혈이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론 무월경, 담석증, 식이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적 몸매 선호 현상은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저해한다.
‘건강한 지방 제거’ 추구 필요
무리한 다이어트의 반복은 결국 폭식과 극단적 관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뿐이다. 김 전문의는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체중 관리에 실패한 경우 우울감으로 이어져 폭식과 과격한 다이어트를 반복하게 되는 사례를 적잖이 볼 수 있다”며 “정석의 건강한 다이어트만이 답”이라고 했다. 건강한 신체 이미지에 대한 보호자의 지도 역시 필요하다. 체중계 숫자가 아닌 근육량, 체지방률, 옷 사이즈 변화에 관심을 두는 다이어트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전문의는 “청소년들이 무리하게 다이어트에 나서는 경우 일부 학부모들은 사춘기 과정의 하나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꾸 따로 밥을 먹으려 하거나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과도하게 살이 쪘다고 우울해 한다면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비만 클리닉 또는 거식증을 다루는 의료기관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선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되, 하루 최소 2끼 이상 식사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푸드 다이어트 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최소 하루 한끼는 일반식이 권장된다. 또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요요현상을 줄일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