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손봉호 (27) ‘신앙과 학문’, 수준 높은 학술논문 등재지 된 것 감사

입력 2023-05-24 03:07
손봉호(앞줄 왼쪽 다섯째) 교수가 2017년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정기총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제공

한국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 학문 활동이었다. 신학을 공부한 다음 네덜란드로 간 것은 그때 자유대학교가 본거지였던 기독교 철학을 공부하기 위함이었지만 귀국 후에는 일반대학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기독교 철학은 시간강사로 나갔던 총신대학교와 고신대학교에서만 가르칠 수 있었다.

그때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 가운데는 오덕교, 고 이정석, 이승구, 유호준 등 신학 교수와 강경민, 박은조, 이문식, 정형석, 조봉희, 최삼경 등 목사들이 있는데 모두 한국 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한국외대 제자며 조교였던 강영안과 총신대에서 학사 논문을 지도했던 신국원은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귀국해서 기독교 철학계에 크게 공헌하므로 교계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좋은 제자를 많이 배출한 것은 큰 기쁨이며 보람이다.

1998년에는 ‘기독교철학회’가 출범해 2004년까지 회장으로 섬겼다. 2009년에는 ‘기독교학문연구회’와 ‘기독교학술교육동역회’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로 통합되어서 초대 이사장으로 섬기다가 2020년에 물러나서 명예이사장으로 돕고 있다. 이 동역회는 1만명에 가까운 학자들과 700명에 가까운 대학교수들이 가입되어 한국 최대 학술단체들 가운데 하나다. 기독교 학술단체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각각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두 단체가 합쳐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한 몸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그리스도인 지식인들의 성숙한 교양 수준에 큰 인상을 받는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동역회가 발간하는 ‘신앙과 학문’이란 학술지가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하는 ‘등재지’의 자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학자가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도 등재지 자격이 없는 학술지에 발표하면 학술논문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교수 진급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그리스도인 학자가 훌륭한 논문을 써도 기독교 관점에서 쓰면 ‘종교 편향적’이란 이유로 그 분야 학술지에 게재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신앙과 학문’이 정식 등재지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리스도인 학자가 마음 놓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학술논문을 쓸 수 있고 ‘신앙과 학문’ 심사위원회 심사에서 학문적 수준을 인정받으면 게재되어 모든 대학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스도인 학자들이 용기를 얻고 기독교 학문 연구가 활발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점점 더 많은 논문이 제출되고 탈락률이 높아져서 지금은 아주 확고한 학술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과 세계 학계에 기독교 학자들의 공헌을 가능하게 하고 학계와 사회에 기독교의 위상을 제고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부족했지만 이런 발전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고 하나님께 감사한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