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의 미국제 전투기 ‘F-16’ 조종훈련 계획을 승인했다. 그동안 F-16을 지원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난색을 보여 왔으나 입장을 바꿔 조종사 훈련을 허락한 것이다. 전투기 제공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어서 옛 소련제 구식 전투기로만 러시아에 맞서오던 우크라이나 공군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진행하며 이 같은 훈련 지원계획을 승인했다. 복수의 미 행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 전투기 조종법을 교육하기 위한 유럽의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NYT에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조종사 훈련이 올여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F-16 전투기 등 공중전력을 제공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비용·관리 문제와 확전 가능성 등을 이유로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에 첨단 전투기를 공급하려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기대했던 타격을 입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방국들이) 꾸준하게 압력을 불어넣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CNN은 전날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 동맹국들이 F-16을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방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기자회견에서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영토 방어용으로만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전쟁 확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답했다.
정확한 지원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결정이 전황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종사를 훈련하고 전투기를 옮기는 데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줄이면 러시아군의 철수를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을 ‘젤렌스키에게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시가전이 주를 이루는 지금의 전쟁 단계에서 전투기 효용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승인을 고리로 인도 브라질처럼 방관하는 국가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지원이 전황을 한층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미국의 조종사 훈련에 대해 “스스로 엄청난 위험을 안기는 행위”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