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경쟁 강화로 인한 수요 증가 기대감이 맞물렸다. 반도체 실적 바닥론이 부상하며 ‘7만 전자’는 물론 ‘8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32% 오른 6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고치다. 지난해 5월 기록한 신고가(6만8800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을 5만5300원으로 마감한 삼성전자는 올해만 23.24%나 상승했다.
주가 상승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5개월간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달에만 1조2963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업황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업황 부진이 예상됐던 지난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8조7148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2021년에도 17조978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바닥을 확인했던 2019년과 현재의 수급 패턴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발표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7일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1분기 ‘어닝 쇼크’를 발표하고도 주가는 오히려 4.33%나 올랐다. 실적 발표와 함께 감산 발표를 공식화한 효과를 본 셈이다. 감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면 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에 반영됐다.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 손실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실적 반등 시점으로 올해 3분기를 지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2분기를 기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감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의 반도체 재고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도 높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자율주행차 등은 일정한 규칙을 반복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수요가 크다. 삼성전자가 AI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시에서도 엔비디아와 AM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118.40%나 올랐다. 주요 미국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하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 동조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9만원까지 삼성전자 목표가를 열어뒀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