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다음 달 1일부터 시범사업 형식으로 일부 이어가기로 하자 의약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재진 위주의 제한적인 비대면 진료 허용 계획을 밝혔지만, 의료계는 이마저도 우려된다는 입장이어서 최종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은 21일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를 거친 뒤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회 이상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등 일부 대상자는 초진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는 “정부가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은 각종 예외 조항을 둬 비대면 진료를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대학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중증·입원 환자 등을 치료해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환자 가중으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심장질환, 만성신부전증 등 병세가 급격히 변하고 대면 진료로도 정확한 평가가 힘들 수 있는 모든 만성질환을 대상 질환에 포함시켰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천만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애초 정부·여당은 18세 미만 소아의 경우 휴일과 야간이라면 초진이어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대를 감안해 해당 내용을 제외하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아가 복통과 구토 증상이 있다면 바이러스 장염, 급성 맹장염, 장 꼬임 등 다양한 병이 의심되는데 비대면 진료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며 “잘못된 진단으로 처치가 지연되거나 올바른 처방이 내려지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는데 복지부가 일방적인 정책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당정협의에서 발표된 내용은 최종안이 아니며, 당정 논의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시범사업 시행 전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향후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며, 현장 혼란 등을 고려해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