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양제지 최대주주가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로 주가가 폭락한 자사주를 사들였다. 매수 규모는 약 74억원이었다. 최대주주가 CFD 반대매매로 폭락한 종목의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인 사례는 이례적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대양제지 최대주주 권혁홍 대표는 지난 16~17일 2거래일 동안 본인 명의와 계열사 신대한판지를 통해 신대양제지 주식을 사들였다. 사들인 지분은 2.88%로 74억1900만원어치였다. 취득 평균 단가는 주당 6322원이다. 주당 8000원 초중반에 거래됐던 신대양제지는 지난 12일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면서 19일 5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대양제지는 라덕연씨 등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받는 이들이 선택한 8개 상장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8.55%에서 3.77%로 내려간 데다, 지난 12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과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CFD 반대매매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권 대표는 추가 지분 인수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혔다.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 매수라는 의미다. 다만 신대양제지는 이미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 보유 지분이 54.34%로 경영권 측면에서는 이미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번 매수로 권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은 57.22%로 늘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권 대표가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판 것은 회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 반면 이 경우에는 저평가됐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대양제지는 2차전지 기업처럼 투자자 관심을 받는 곳은 아니었다. 골판지를 만드는 기업으로 저평가 기업 중 하나로 꼽혔다. 신대양제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7배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낮은 상태를 뜻한다.
다만 CFD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는 상황이어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CFD 반대매매로 급락한 다우데이타와 삼천리 등은 물론 신대양제지와 함께 폭락한 디와이피엔에프(DYPNF)도 눈에 띄는 주가 반등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에만 저점에서 반등했는데, 이는 사업가 김기수씨 등이 장내에서 지분 11.50%를 사들이며 2대 주주에 오른 특수성이 작용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