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 넘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건은 ‘중계기관 선정’

입력 2023-05-22 04:03

14년 묵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7부 능선을 넘었지만 완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실손 간소화 업무를 담당할 중계기관 선정부터 이해당사자마다 입장 차가 커서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은 지난 16일 첫발을 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 1소위를 열고 실손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앞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사에 실손보험 청구를 전산화할 것을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앞으로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보험 소비자는 의료기관 이용 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과 이를 맡을 전문 중계기관 위탁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핵심 쟁점이던 의료 데이터 전송 대행기관(중계기관)은 시행령으로 위임했다. 중계기관 없이 직접 전송하거나 위탁하는 것을 포함해 전송 방식까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는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있었던 탓이다.


이에 일단 시행령으로 넘긴 뒤 중계기관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실손 간소화법 통과의 관건 역시 중계기관 선정이 될 전망이다. 실손 간소화 중계기관으로 거론되는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개발원이다. 심평원은 수십 년간 집적한 데이터는 물론 보험사와 병·의원 간 전산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다. 보험개발원은 심평원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전산 구축이 필요하다.

먼저 금융당국은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은 그간 보험 중계 이슈 관련해 크게 언급되는 기관이 아니었지만 지난 2월부터 갑자기 유력 기관으로 떠올랐다. 지난 1월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여당은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 대안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심평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심평원은 보험개발원과 달리 전국에 9만8000여 병의원과 전산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추가 시스템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전문성을 축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두 기관 모두 반대한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집적,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며 실손 간소화 자체를 반대해왔다. 만약 실손 간소화를 굳이 추진하더라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정보 서식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 정보를 최소화한 서식을 만들어 이를 중계기관 없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직접 보내자는 것이다.

당장 입장차를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난 16일 ‘실손 간소화법 추진 규탄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벌 보험사의 횡포”라며 실손 간소화법 추진을 비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