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뒤 1년 넘게 실종됐던 한국계 전직 미국 해병대 장교가 전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미 해병대 참전용사 그래디 크루파시(사진)의 유해가 전날 그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송환됐다. 크루파시는 생전 50세로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입양된 미국인이다. 2021년 9월 전역한 뒤 지난해 2월 현지인 대피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향했다.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전장을 통솔할 지휘관이 필요해지자 이에 응해 분대를 이끌다가 실종됐다.
크루파시의 사연은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처음 전해졌다. WP는 당시 기사에서 크루파시가 같은 해 4월 26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실종된 그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파시는 러시아군의 총격이 발생하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영국 국적의 앤드루 힐 등과 함께 임시 관측소로 떠났다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당시 크루파시와 동행했던 힐은 러시아군에 체포됐다. 크루파시는 1년여간 실종 상태로 있다가 지난달 사망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크루파시는 2001년 9·11테러 목격을 계기로 해병대에 자원했다. 이라크 전장에 3차례 파병됐으며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3년여간 복무했다. 미 해병대에서 선행훈장, 국방훈장, 해병대공로훈장을 받을 만큼 모범적인 군인이었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14살인 딸이 있다.
지인 윌리엄 리는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글을 올려 “고인은 주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타적인 사람이었다”며 “끊임없이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회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