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보수 입장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것이 제 입장이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시의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로서 저의 입장은 오직 복음으로 포용하고 화평케 하는 것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21일 주일 예배 설교를 마친 뒤 밝힌 견해입니다. 닷새 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중앙당사 개소식에 참석했다는 소식에 교계 안팎으로부터 억측과 소문이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극단적인 보수 성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자유통일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목사가 특정 정당과 이념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수위를 높여가던 터였습니다.
이 목사는 “이 일로 정치권도 각종 언론도 제가 자유통일당을 지지하거나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절대 오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설령 사적인 자리라고 해도 주의해야 했는데 저의 부주의로 논란이 돼 대단히 송구하고 이 일로 인해 마음에 불편을 느꼈을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절대 이 같은 오해되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삼가 조심, 또 조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전 목사를 위시한 자유통일당 측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교계 여론을 얻기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 목사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전 목사는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을 상대로 내년 4월 예정된 총선 지분을 요구하는 등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재개발 알박기’ 논란 등으로 교계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자유통일당의 행사 당일, 이 목사는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행사 성격과 내용을 파악한 뒤 상당히 당황했다고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 목사는 지난 18일 일간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 “제 스탠스는 진보·보수 모두 포용하는 입장이다. 극단의 진영과도 모두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이 목사는 개신교 진보교단들이 주축이 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보수·진보교단을 두루 아우르는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자유통일당의 정치적 행보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가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 반면교사이기도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추구해야 할 것은 정치 이념이 아니라 성경을 바탕으로 한 신념이자 포용이고, 화합이 아닐까요. 세상의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품는 교회가 됐으면 합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