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지리산 상록침엽수

입력 2023-05-22 04:06
지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수피가 벗겨진 채 말라 죽은 구상나무들이 보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국립공원 아고산대(亞高山帶)의 상록침엽수를 정밀진단한 결과 21%는 생육 상태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 주로 서식하는 구상나무와 가무비나무의 고사율은 9.2%였다. 공단은 기후변화로 인해 아고산대 상록침엽수가 쇠퇴하고 있다며 개체 보전을 위한 정밀진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리산 아고산대의 상록침엽수 정밀진단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약 10개월간 상록침엽수 76만4772그루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고산대는 산림한계선(수목이 숲을 이루는 지역)과 교목한계선(키 큰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지역) 사이 지대를 말한다. 공단은 항공영상으로 개체 단위의 공간정보를 구축해 지리산 아고산대 전체 102.77㎢의 고사 현황 등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상록침엽수의 생육상태가 ‘보통’인 지역이 58.3%로 가장 많았다. ‘양호’는 15.66%를 차지했고 ‘매우 양호’는 5.07%에 그쳤다. ‘취약’은 11.4%, ‘매우 취약’은 9.6%였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중심으로 보면 전체 69만4164그루 중 7만558그루(9.2%)가 말라 죽어있었다.

공단은 “최근 적설 부족, 겨울철과 봄철 기온상승 등으로 인해 아고산대 환경특성이 변화하면서 상록침엽수 쇠퇴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앞으로 설악산, 덕유산 등으로 정밀진단을 확대해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 변화 예측과 대체서식지 발굴 등 보전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