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이혼 급증? ‘다름’을 배운 부부학교 출신은 달랐다

입력 2023-05-22 03:04
서울 오륜교회 참깨교실 21기 신혼부부 수강생과 멘토들이 지난달 부부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뒤 서로를 축복하며 찬양하고 있다. 오륜교회 제공

부부의 날(5월 21일)에 ‘가정의 해체’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많이, 가장 빨리 멀어지는 커플은 다름 아닌 ‘신혼부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지속기간별 이혼 구성비는 0~4년(18.6%), 5~9년(18.0%), 30년 이상(16.8%)순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지 5년 미만의 신혼부부 5쌍 가운데 1쌍이 갈라서는 셈이다.

‘빨간불’이 켜진 신혼 가정의 회복과 위기 예방을 위해 십수 년 전부터 팔을 걷어붙인 교회들이 있다. 이들 교회는 결혼준비 커플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이른바 ‘부부학교’를 열어 신혼가정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었다.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는 2012년 4월 ‘참깨교실’을 시작했다. 참깨교실은 결혼 5년차 이하의 신혼부부를 위해 이 교회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6주간의 강의는 배우자의 지난 삶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시작한다. 이때 수강생은 배우자의 지난 상처와 기쁨, 비전 등도 나눈다. 부부 심리검사를 비롯해 재정관리법, 고부·장서 갈등의 해법 등도 훈련한다. 수료 후엔 3개월간 후속 모임도 진행한다. 삶에 적용한 강의 내용을 나누기 위해서다. 김명진(오륜교회 안수집사) 참깨교실 팀장에 따르면 참깨교실 수료생의 이혼율은 0.5%. 지금까지 수료생은 400쌍에 달한다.

대전 산성교회(지성업 목사)는 2005년 결혼예비학교 문을 열었다. 결혼예비학교 담당인 김효성 목사는 21일 “결혼식을 오래 준비하는 커플은 많다. 그런데 정작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은 별로 없다”며 부부학교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은 예비신혼부부와 결혼한 지 1년 이내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주간 진행한다. 성격유형 검사와 대화법, 결혼의 성경적 의미 등이 주된 교육 내용이다. 지금까지 신혼부부 500쌍이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했다.

이들 교회의 신혼부부학교 수료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참깨교실을 수료한 박서정(31)씨는 “교육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게 됐다”고 했고, 남편 이성화(32)씨는 “서로의 다름을 대화로 조율하고 맞춰나가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들 부부와 참깨교실 동기인 박상환(40)씨는 “미래의 자녀를 위한 기도문을 쓰다가 우리 부부를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 사랑을 깊이 깨달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더라도 도로연수를 받지 않고 바로 운전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운전을 배워야 한다”며 “하나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의 원리를 가르쳐 주셨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최초의 공동체인 가정을 지키기 위해 교회의 헌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교회만 신혼부부 양육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목사는 “온라인 강의와 신앙 서적을 활용해 소그룹 모임으로도 충분히 신혼부부를 양육할 수 있다”며 “개척교회 목사님도 의지만 있다면 신혼부부 소그룹 모임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