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독감 증세가 있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의사 권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던 도중 걸려온 상사의 전화 때문이었다. 상사는 “너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힘들다. 회사에서 코로나 얘기는 꺼내지 말라”며 대뜸 사직서 제출을 운운하면서 사무실 복귀를 명령했다고 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에 확진된 근로자 중 48.6%만이 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무급휴가 30.6%, 재택근무 17.6%, 그냥 출근 3.2% 순이었다.
임금이 적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유급휴가를 쓰기 어려웠다. 정규직의 59.8%가 유급휴가를 사용했지만 비정규직은 26.9%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월급 5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 64.2%가 유급휴가를 쓴 반면, 월급 150만원 미만에서는 사용률이 22.3%에 그쳤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으로 노동 약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바뀌기 때문이다. 7월부터는 입원·격리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준 30인 미만 사업장에 제공하는 지원비(22만5000원)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급하는 생활지원비(1인 10만원)도 폐지된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는 이제 회사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각 사업장의 지불 능력과 사용자의 호의에 기대라는 것”이라며 “아프면 쉴 권리로서 실효성 있는 상병수당이 시행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