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14년 만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 비리로 얼룩졌던 역대 중앙회장들의 오명을 씻기 위해 견제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지만 우려는 여전히 크다. 현직 중앙회장도 연임 대상에 포함되면서 특혜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중앙회장의 권력 유지용 수단으로 여겨지는 회원조합 지원자금(무이자 자금)의 운용 투명성을 강화하고,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는 이 같은 견제책이 제대로 작동하면 중앙회장 연임 허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위원회 대안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던 중앙회장은 1988년 조합장 직선제 도입 이후 연임·중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앙회장의 선거 부정 등 비리가 반복됐다. 역대 회장들은 뇌물 수수, 특혜 대출, 공금 횡령 등으로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9년부터는 대의원 간선제와 중임 금지로 변경됐다. 2021년 조합장 직선제가 재도입됐지만 중임 금지 조항은 유지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중앙회장의 비리 우려가 제기됐다.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현직 회장부터 연임제를 적용하는 것은 특혜의 소지가 매우 크다” “매번 (조합장) 선거 때면 현금, 심지어는 홍어·전복 등이 뿌려지는 일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등의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 회원조합 지원자금 운용 투명화 등이 연임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회원조합 지원자금은 중앙회가 지역농협에 지원하는 자금으로, 분배 기준이나 규모 등이 공개돼 있지 않다. 개정안에는 회원조합 지원자금을 심의·의결하는 자금지원심의위원회를 두고 자금 운용계획을 온라인에 공개해 성과 분석과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임 조합장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는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도 두 차례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이 없어 견제 없는 권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만 남는다. 농민단체 등은 중앙회장 연임이 현 회장의 연임을 위한 시도라며 법안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