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밟는 전기차 시장… K-배터리는 뒷걸음질

입력 2023-05-22 04:04

세계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업종은 올해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공장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로 ‘역수입’ 현상이 벌어진 데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침투가 거세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2차전지(리튬이온축전지) 수출액은 약 25억200만 달러로, 수입액(29억7800만 달러) 대비 4억7600만 달러(약 63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2차전지 품목의 무역수지 적자는 관련 품목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9년 46억7800만 달러였던 한국의 배터리 수출액은 지난해 73억4100만 달러로 1.6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배터리 수입액은 12억4900만 달러에서 56억9500만 달러로 4.5배 넘게 급증했다. 수출보다 수입 규모 증가세가 더 컸다.

이는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감안해 북미 지역 등으로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린 여파로 풀이된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K-배터리’가 거꾸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수입액 증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등에 생산 공장을 증설하며 공격적으로 해외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과 SK온은 2026년부터 미국 조지아 주에서 직접 배터리를 생산해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셀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의 국내 침투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아 니로EV 등에 이어 올해도 신형 코나EV 등으로 CATL 배터리 탑재 차종을 늘려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과 소재 공급망이 해외로 넓어지면서 무역수지로 기록된 숫자와 실제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다른 상황”이라며 “중국과의 배터리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 투자와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