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주관하는 제40회 환경주일 연합예배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지금 지구는 불타고 있습니다. 당장 이 불을 끄지 않으면 머지않아 인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인 5월 17일 우리 교회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교회 밖 도로변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시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토대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기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1.5도는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공교롭게 당일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6년 66일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 당장 행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기후지옥’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은 호세아 예언자를 통해서 “묵은 땅을 갈아엎으라”고 하십니다.
왜일까요. 기존 삶의 방식이 ‘심판’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지구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파국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인데, 그 직접적 원인은 그동안 인류가 추구해온 ‘산업화’입니다. 유한한 지구환경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한데 지난 200~300년 동안 인류는 산업화를 통해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쓰레기라는 악순환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계속 썼고, 거기서 발생한 온실가스로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말씀을 ‘지구 생태계를 인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허가증이나 면허증으로 착각하도록 잘못 가르쳐온 책임이 큽니다. 따라서 우리가 제일 먼저 갈아엎어야 할 ‘묵은 땅’은 바로 ‘인간관’입니다. 인간은 창조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인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온전하게 보전할 책임이 있는 ‘청지기’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갈아엎어야 할 묵은 땅은 바로 ‘적색 은총’만 추앙해 온 ‘신앙관’입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대부분은 십자가 보혈의 은총만을 강조하며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여온 적색교회였습니다. 그 결과 이웃 사랑을 간과했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추락했습니다. 이것을 바꾸려면 적색 은총과 더불어 녹색 은총을 추구해야 합니다. ‘보시기에 좋았다’ 하시면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녹색 은총을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갈망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롬 8:18-30). 즉 적색교회에서 녹색교회로의 전환, 이것이 우리의 두 번째 과제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탄소를 배출해 온 ‘생활방식’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살면 기후지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살아야 하며, 어쩔 수 없이 배출한 탄소를 상쇄하기 위한 흡수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지금까지처럼 살지 않고 다르게 살 때 지구와 인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변하면 세계도 변합니다.
정원진 서울제일교회 목사
◇1953년 5월 17일 설립된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제일교회는 2018년 ‘녹색교회’로 선정됐습니다. 2020년대 최우선 선교 과제를 ‘기후위기 비상행동’으로 정하고 생태·환경선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