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9> 맨땅서 성도 20명 세우기까지

입력 2023-05-23 03:05
미드저니

대형교회 출신 부목사가 서울 근교에 교회를 개척했다. 첫 예배에 모인 성도가 1000명이 넘었단다. 요즘 조언을 구하러 나를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30~40대 개척 목회자들이다. 그들이 뜨거운 커피를 쓴 한약처럼 삼키며 한탄한다. 자신들도 큰 꿈을 가지고 교회를 시작했는데 2~3년이 지나도 교회는 지지부진이란다.

한 목사님은 지난 1년간 한 명의 방문자도 없었다고 했다. 그들에게 큰 교회가 당신의 꿈이냐, 한 영혼이 얼마나 귀하냐는 등의 조언을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미 마음은 광야와 같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는 이제 21곳에 개척을 했다. 지난 4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바쁘시게 움직이셨고 우리는 순종했다. 우리도 맨땅에 개척하기에 몇 곳을 제외하고는 작은 숫자의 예배 공동체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본 경험을 통해 예배 출석 20명을 만드는 것이 교회를 지탱하는 데 아주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명 이상의 성도와 함께 개척 교회의 출발선에 선 분들은 깊이 감사해야 한다. 절대 불평하지 마라. 20명의 예배 공동체는 생각보다 강하다. 거기서부터는 사역을 함께 고민할 수 있고 예배의 분위기도 뜨겁게 나아갈 수 있다.

아무 기반 없는 맨땅에서 성도를 20~30명 세워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성도를 교회에 등록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성도들이 와서 등록하고 자리를 잡으면 좋겠지만, 아직 사람이 없는 공동체에 새 성도가 먼저 등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지인 찬스를 쓴다. 아는 지인 중에 신앙생활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주일예배만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다. 지인들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다. 도움을 요청해라. 사람이 목사 가정밖에 없다면 더욱 그렇다. 절대 교회와 함께해 달라고 하지 말고 예배만 참석해달라고 부탁한다.

두 번째 개척 초기 예배 시간을 오후로 하고 기존에 알고 있던 성도 중 1~2년만 함께해 줄 수 있는 분들도 찾아본다. 분립개척은 이런 면에서 참 좋다. 최근 만났던 목사님도 분립개척을 통해 70여명의 성도들이 2년을 도와주셨다고 한다. 5년 차를 맞은 지금, 그분들은 모두 본교회로 가셨지만 교회는 적잖은 부흥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명만 오셔도 충분하다. 그리고 예배를 뜨겁게 드리면 뜨거운 공동체는 반드시 부흥한다. 집회를 많이 다니며 느끼는 것은 뜨거운 공동체가 부흥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전도 방법을 찾는다.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이다. 청년반, 남자 성인반, 여성반 등 준비를 잘하면 좋은 기회가 열린다. 특별히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토론하는 귀한 사역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찾아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네 번째 개척 공동체가 여전히 작은 데도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통해 긴밀하게 동네일을 돕는 목사님도 많다.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자주 길을 찾아다니면 신선한 일을 해낼 수 있다. 동네 의사들과 협력해 선행의 흐름을 만들기도 하고 음악회를 여는 분도 있다.

다섯 번째 목회자 자신이 전도자가 돼야 한다. 노방 전도를 하든지 혼자 학교를 찾아가 아침마다 아이들과 하이파이브 인사를 하든지 직접 나가서 전도하라. 이런 전도는 사실 열매를 빠르게 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가 영혼을 향해 뜨거운 마음으로 나아갈 때 그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은 영혼을 우리에게 맡기신다.

앞 회의 글들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노력과 더불어 반드시 예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씀을 준비하고 주일을 기대하고 영혼을 보내주실 것을 기대한다. 옆 사람 부러워하지 않고 부흥을 갈망하는 것과 부흥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을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 예배를 잘 준비하고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실 것을 간구한다. 우리에게는 그것밖에 길이 없다.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작은 예배당을 지키며 하루에도 열두 번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 자리를 지키는 모든 개척교회 동역자들을 응원한다.

홍민기 목사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